배 고프면 밥 먹고, 다 먹었으면 그릇을 씻으라


 어느날 아침이었다. 학교에 가기 전에 바닥을 쓸다 말고
요나가 말했다.
 "야곱, 저는 때때로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야곱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따.
 "저하고 논쟁하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요나가 대들듯이 물었다.
 야곱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나는 바닥  쓰는 일을 멈추었다.
 야곱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켰다.
 요나가 말했다.
 "지금 저를 화나게 만들고 있군요."
 마침내 야곱이 입을 열었다.
 "아무도 너를 어떻게 하지 않아, 너 자신이 너를 어떻게 할
뿐이지."
 요나가 반항하는 투로 말했다.
 "제 생각에 바닥은 이정도면 깨끗해요."
 그리고는 빗자루를 바닥에 던져 놓고 팔짱을 낀 채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야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빗자루를 집어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뭘 하시는 거에요?"
 요나가 물었다.
 "바닥을 쓸고 있다."
 평온한 목소리로 야곱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셔서 제가 그 일을 하도록 하려는 게 아닌가요?"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믿음이 가진 힘이 아니지."
 요나는 주의깊게 야곱을 지켜보았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당신 말을
듣게 하려는 속임수가 아닌가요? 그릇을 닦으라든가 하는 것
말예요."
 야곱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주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 하나를 해 주마."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지혜로운 스승을 찾아서
멀고 먼 여행을 떠났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스승을
만나 물었어. '진리가 무엇입니까?' 하고.
 그랬더니 그 스승이 물었어. '밥은 먹었나?"
 이 사람이 '아니오'하고 대답하자 스승은 그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었어.
 다 먹고 나서 이 사람은 스승에게 다시 물었지.
 '진리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물었어.
 '다 먹은 건가?'
 그 사람은 '네, 다 먹었습니다.'하고 대답했지만 화가 나서
다시 질문을 했지
'그건 그렇고 진리가 무엇입니까?'
 그랬더니 스승이 말했어.
 '배 고프면 밥 먹고, 다 먹었으면 그릇이나 씻게!' 하고 말야."


기다림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


 하루는 야곱이 빵집의 가게 쪽으로 빵을 나르고 있는데
아이를 가진 여자 하나가 찾아왔다.
 배를 쓰다듬으며 여자가 말했다.
 "야곱, 제가 아들을 낳게 될까요, 딸을 낳게 될까요?"
 빵을 진열하며 야곱이 웃었다.
 "미래에 대한 예언은 선지자에게서 듣는 것이고,
빵장수에게서는 빵을 사는 겁니다."
 여자도 따라서 웃었다.
 "제가 기다리는 데 지쳐서 그러거든요."
 야곱이 말했다.
 "모든 부모가 배워야 할 것은 기다리는데 익숙해지는
일이지요. 기다림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곧 기도


 야곱이 허리를 굽혀 밀가루 부대 하나를 반죽기 쪽으로
끌고가고 있는데 꿈꾸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젊은 여자 하나가
야곱을 찾아왔다.
 "사랑을 통해 하느님에게 예배드릴 수 있을까요?"
 여자가 물었다.
 야곱이 말했다.
 "사랑은 예배의 한 형태이지요. 하지만 사랑에게 예배를
드리지는 마십시오."
 "하지만 기도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이지요."
그렇죠?"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야곱이 말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위해
하느님에게 드리는 기도입니다."


정열에 불을 붙이려먼, 때로는 당신이 직접 장작을 패야만 한다


 야곱이 하루 일을 끝내고 빵집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벌써 해가 기울고 어둠이 발 밑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막 문을
나섰을 때 한 남편과 아내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 부부는
함께 서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깊은 골짜기가 가로놓여 있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부인이 말을 꺼냈다.
 "남편과 저는 결혼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말을 가로막았다.
 "제가 아무리 잘해 줘도 아내는 만족을 모릅니다."
 "별로 노력하지도 않는답니다."
 아내가 맞받아쳤다.
 야곱은 그날 저녁 요나와 함께 할 조용한 저녁식사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당신은 아침에 일하러 가는 것을 좋아합니까?"
 야곱이 남편에게 물었다.
 "아니오."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일하러 나가기는 하지요?"
 야곱이 물었다.
 "물론 나가지요."
 아내가 대답했다.
 "왜죠?"
 야곱이 물었다.
 "일을 안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으니까요."
 남편이 대답했다.
 "결혼이란 파티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야곱이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은 탁자에 음식을 놓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혼이란 일하러 가는 것과 같다는 말인가요?"
 남편이 물었다.
 "아닙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혼 생활이란
노력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한가요?"
 아내가 물었다.
 "정열에 불을 붙이려면 때로는 직업 장작을 패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야곱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