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는 다른 이들이 나를 비춰보는 거울과 같은 것


 요나가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요나는 대뜸 야곱에게 물었다.
 "왜 예의라는 걸 지켜야만 하지요?"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야곱이 물었다.
 "어째서 예의라는 걸 지켜야만 하는 거냐구요?"
 요나가 큰소리로 되물었다.
 "물론 네 질문은 알아들었다."
 야곱이 말했다.
 "내가 예의를 차려서 네게 되물은 까닭은, 너 스스로 자신의
질문을 돌아보게 하기 위해서야."
 "예의 범절이란 웃기는 거예요."
 요나가 말했다.
 그러자 야곱이 말했다.
 "예의란 네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바춰
주는 거울이지. 그리고 그 거울을 통해 다른 이들은 네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게 되고."


확신과 의심은 둘 다 전염성이 강한 것


 요나가 학교에서 배우는 책을 탁 내려놓으며 한 마디 던졌다.
 "나이를 먹으면 전 부자가 될 거에요."
 "바라는 것을 줄이면 이미 부자인 거야."
 야곱이 말했다.
 "저를 믿지 않는 거군요. 그렇죠?"
 "확신과 의심은 둘 다 전염성이 강한 것이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야곱이 말했다.
 요나는 둘이 앉아 있는 작은 방을 돌아보았다.
 "야곱, 당신은 지금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갖고 싶지는
않으세요?"
 야곱이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는 것보다,
그것들이 사실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더
부자가 되는 것이지."


온전한 세상을 만드는 법


 저녁 무렵, 일을 마치고 야곱이 빵집을 나서는데 루스
선생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에서 야곱을
찾아온 어떤 분명한 의도가 있음이 전해졌다.
 "야곱, 당신에게 따질 일이 있어요."
 곧바로 요점으로 들어가며 루스가 말했다.
 "요나는 하느님이 남자라는 식으로 곧잘 이야기해요. 내가
보기에 당신도 같은 습관을 갖고 있구요."
 "물론 저는 '하느님 아버지'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야곱이 대답했다.
 "하지만 하느님을 여성으로도 분명히 보시지요?"
 조금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루스가 물었다.
 "그 분이 내게 여성적인 면을 보여 주실 때는요."
 야곱이 대답했다.
 "아, 그러시군요."
 반쯤 미소를 지으며 루스가 말했다. 그녀는 주위의 숲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곳에서도 여성이신 하느님을 발견하시겠군요?"
 "왜 그런 것을 묻지요? 제게 지금 하느님이 계시지 않은
곳을 보여 주려는 건가요?"
 야곱이 물었다.
 루스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제 질문을 피하려고 하시는 것 같군요."
 야곱이 말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지금 그 문제는
언어의 문제이지 영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표현이 곧
우리이지, 우리의 표현이 곧 하느님인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조금도 망설임없이 하느님을 남성으로
표현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분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는 하느님을 둘로 나누어 보지 않으니까요."
 루스는 생각에 잠겼다.
 야곱이 말을 이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가르치려는
것이기보다는 부드러운 속삭임에 가까웠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가르침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는 우리는 남자이면서 동시에 여자라구요.
그리고 태어난 후에는 전생애에 걸쳐서 서로를 완전하게 해줄
짝을 찾는다구요.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 짝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짝을 찾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신 속의
잃어버린 부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반쪽을 찾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루스가 물었다.
 "우리가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았을 때, 우리는 온전한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둔 채로 야곱이 말했다.


일어나는 일을 받으들임으로써 힘을 간직함


 저녁을 먹고 나서 그릇을 씻던 요나가 문득 말했다.
 "야곱,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지혜로운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보다 자신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것 때문에 자존심 상해 하실
건가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가를 잊어버린 사람이지."
 야곱이 말했다.
 "나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믿음이란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 힘을 간직하는 것이고."
 요나가 물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비켜 주는 것이
당신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요?"
 "비켜 주는 것은 굽히는 것이 아니란다."
 "하지만 남자가 된다는 것은 강해진다는 뜻이 아닌가요?"
 요나가 '남자'라는 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모든 남자가 강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야곱이 말했다.
 "그리고 모든 강한 마음 속에는 약한 마음이 함께들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