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잊어버리는 것은 용서하는 것보다 더 차원 높은 사랑일 수 있다


 여러 해째 해오던 습관대로, 야곱은 요나와 함께 학교까지
걸었다. 요나는 이제 루스 선생의 수업 시간을 도와 주고
있었다. 야곱은 자신들의 앞에서 걷고 있는 그림자가 아이와
어른의 것이 아니고 어른 둘인 것을 깨달았다.
 야곱은 생각했다. 어렸을 때 우리는 언제나 묻곤 하지.
'언제쯤이냐?'하고, 그리고 늙어 가면서는 이렇게 묻는 자신을
발견하지, '이다지도 빨리?'하고.
 "야곱."
 요나가 약간 주저하면서 물었다.
 "제가 읽고 있는 책에서 작가는 '홀로 있음이 인간을 가깝게
만든다'고 썼어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아마도 작가는 우리의 삶이 소음과 바쁜 활동으로 채워져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겠지."
 야곱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어지지. 우리들 대부분에게 이것은 습관처럼 되어 버려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아. 그런 습관의 대가로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친밀감을 잃어 버리지. 우리는 군중
속에 홀로 살면서도 자기 자신을 만나기를 거부하고 있거든."
 "슬프군요."
 요나가 말했다.
 "더욱 슬픈 것은‥‥‥"
 야곱이 말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껴안을 줄 모를 때 다른 사람들을
껴안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지."
 찬바람이 불어와 야곱으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했다.
 "그 말은 곧 우리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기려면,
먼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군요."
 요나가 말했다.
 "그것이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네 주위를 돌아보렴."
 야곱이 말했다.
 "인생이란 밀 때 당겨지지. 삶과 죽음, 밤과 낮, 여자와 남자,
하느님은 반대되는 것찌리 짝을 지으시거든. 반대되기 때문에
서로가 맞는 것이지."
 "하지만 반대되는 것일수록 싸우는 경우도 많아요."
 요나가 말했다.
 "요나야, 세상은 전체적인 눈으로 봐야만 한다.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싸울 때,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야."
 요나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언젠가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지혜란 우리의 무지를 재료로 조각해 놓은 예술
작품'이라고요."
 야곱의 미소가 요나의 미소에 응답했다
 "내가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니?"
 "물론 아니죠."
 요나가 대답했다.
 "언젠가 당신이 또 말씀하셨어요. 때로는 잊어버리는 것이
용서하는 것보다 더 차원 높은 사랑이 될 수 있다고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해 우리 자신을 파는 장사꾼


 빵집으로 향하고 있는 야곱에게 한 사업가가 목적을 갖고
다가왔다.
 "야곱 선생, 사람들은 당신이 언제나 현명한 말을 한다고
하더군요."
 "항상 현명하다면 그건 바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음을 늦추지 않으면서 야곱이 대답했다.
 야곱의 말에 사업가는 웃다가 말고, 뒤에 처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부지런히 야곱을 따라잡으며 질문을 던졌다.
 "야곱 선생, 인생이라는 사업에 대해 저에게 한 마디 해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해 우리 자신을 파는
장사꾼입니다.'
 어깨 너머로 야곱이 말했다.
 "잠깐만요."
 야곱과 나란히 걷게 되자 사업가는 다시 질문을 했다.
 "제가 아는 것은 돈입니다. 어떤 투자이든지 그것을 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얼마나 이윤을 남겼을까를 비교해서
평가받기 마련입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자기 자신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는 자신이 던진 현명한 질문에 만족한 듯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야곱이 말했다.
 "어느 순간이든 자신의 현재 모습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
대가로 그 사람은 자신이 될 수도 잇엇던 모습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의 경제성이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될 수도 있엇던 그 모습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이군요."
 야곱이 말했다.
 "당신은 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군요."
 사업가는 크게 웃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떤 종류의 투자가인 것 같은가요?"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는 모습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입니다."
 야곱이 대답했다.
 "그건 왜죠?"
 그 남자가 물었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지금의
당신이 되기로만 계약을 맺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계약을 맺은 기억이 없는데요."
 사업가가 말했다.
 "나의 친구여, 우리 모두도 그런 기억이 없답니다."
 야곱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