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방법


 한 나이든 부인이 며칠을 계속해서 매일 아침 빵집을
찾아왔다. 그녀는 차 한 잔을 들면서 빵집의 공장과 가게를
구분하는 복도에 앉아 문틈으로 몇시간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빵집 주인 사뮤엘은 많이 참아 주었다. 사뮤엘이 그
근처를 빗자루질할 때면 그녀는 재빨리 무릎 위에 놓아 두었던
수 놓는 뭉치를 집어들곤 했다.
 어느날 오후 부인은 아무 말 없이 빵집을 떠나려고 했다.
사뮤엘이 드디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노파를 불러 세웠다.
 "그 사람과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그냥 가실 겁니까?"
 사뮤엘이 물었다.
 "그 사람이라니요?'
 부인이 물었다.
 "야곱 말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사뮤엘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지요?"
 부인이 물었다.
 "왜냐하면 빵을 사러 내 가게에 오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사뮤엘이 신음하듯이 말했다.
 "어쩌면 내 질문으로 그 분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그건 걱정마세요."
 빵집 주인이 말했다.
 "그 사람은 우리가 질문하기도 전에 자기 스스로 던지는
질문들로 충분히 복잡한 사람이니까요‥‥‥. 야곱 자신이
그렇게 말했는 걸요."
 "이쪽으로 오세요."
 사뮤엘은 그 방문객을 야곱에게로 안내했다. 야곱은 등을
돌린 채로 빵 작업대에서 몸을 굽혀 일하고 있었다.
 "야곱, 자네를 만나러 오신 분이 있다네."
 야곱의 반응도 기다리지 않고 사뮤엘은 부인의 손을
토닥거린 후 밖으로 나갔다. 야곱이 부인을 향해 돌아서면서
말했다.
 "드디어 저의 스승이 저를 만나러 오셨군요."
 부인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야곱은 그 여자의 손에 들려 있는 수예품에 눈길을 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꽉 붙들고 있었다.
 "어느 위대한 스승이 말씀하시기를, 인생은 수를 놓는 일과
같다고 했습니다."
 야곱이 말했다.
 그 부인의 눈이 야곱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저는 오랫동안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지요.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부인께서 수 놓는 것을 보면서, 수를 놓을 때는
뒤에서부터 일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전체
모습이 어떤가를 볼 필요도 없더군요. 그냥 뒷면에 그려진
대로, 색짤 표시가 된 바늘땀이 서로 연결되도록 수를 놓아가면
되는 것이니까요. 인생도 그와 같습니다. 하루는 그 다음날로
짜여져 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땀의 바느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금방 알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는
앞을 모르는 채 일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무늬를 놓아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용기와
믿음말입니다."
 부인은 야곱을 쳐다보았다. 마치 자신의 인생의 창문을
얼마쯤 열어 놓았는데 야곱에게 그 방안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또 그 방안에 슬픔이 차 있는 것을 들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부인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시간이 부족해요. 잠깐만이라도 한 걸음 물러서서 삶이 어떻
게 흘러가고 있는가를 보고 싶은데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이 타임 아웃을 마련하신 겁니다."
 야곱이 말했다.
 "타임 아웃이라니요?"
 "그렇습니다."
 야곱이 말했다.
 "그것이 시간에 관한 첫번째 계명이지요. 일요일말입니다.
일요일은 우리의 영혼을 세탁하는 타임 아웃 같은 것입니다.
일요일은 우리로 하여금 먼 거리에서 삶을 바라보게 해 주지요.
삶을 살아가는 일이 예술 작업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기회입니다. 일곱날 중에 하루를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놓아가는 수예품을 뒤집어 놓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요?'
 "아마도 인생에는 양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작은 바늘땀들이
모여 커다란 무늬를 이룬다는 것을 보게 되겠지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때로 삶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아마 당신의 말이 맞을 겁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에요."
 야곱이 말했다.
 "우리는 습관에 매어 삽니다. 잠시 멈추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가 그렇게 습관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잠시
멈추려고 하면 마치 우리 옆으로 인생이 새나가는 것 같고,
누리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멈출 때 마음의 평화가 있고, 멈출 줄 아는 사람만이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라‥‥‥."
 꿈결처럼 유혹하는 먼 곳의 섬을 바라보듯이 그 부인은
말했다.
 "때로 마음의 평화라는 것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져요."
 "그래요."
 야곱이 말했다.
 "하지만 가장 짧은 순간의 평화일지라도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지 않는
축복은 축복이라고 할 수 없지요."


진실을 듣고자 한다면 진실한 태도로 들으라


 하루 일이 끝난 뒤 루스는 야곱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집까지 걸었다. 산처럼 늘어선 구름 틈새로 하늘이 보였으며,
멀리 있는 쪽은 붉은 빛이었다.
 "야곱."
 루스가 말했다.
 "요나가 많이 컸어요. 나이에 비해 무척 지혜로워요."
 "우리는 지혜뿐 안라 인격 또한 갖추고 있지요."
 야곱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요나의 말투까지도 당신을 닮아가고 있어요."
 "침묵도 비슷한가요?"
 미소를 지으며 야곱이 말했다.
 루스가 물었다.
 "당신 말투도 당신 아버지를 닮았나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남자는 인생의 어느 때에
이르러서는 자기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곤 하지요."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요?"
 야곱이 말했다.
 "또 인생의 어느 땐가는 우리 자신이 매우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루스가 야곱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었다.
 "요나가 당신을 아버지로 둔 것은 무척 행운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야곱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캄캄해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야곱은 무슨 말을 하고자 했으나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당신은 정말로 요나가 나를‥‥‥."
 루스가 자신의 손가락을 야곱의 입술에 대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느낌이 부족한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말없이 느낌을 간직하는
편이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