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르쳐 주는 것


 요나가 어두운 방은을 가로질러와서 잠들어 있는 야곱의
팔을 건드렸다.
 고개를 돌린 야곱은 요나의 얼굴에 그늘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나쁜 꿈을 꾸었어요."
 요나가 말했다.
 "제가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자주 꾸던 그런 꿈이었어요."
 "나도 기억한다."
 야곱이 말했다.
 "저의 어떤 부분은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야."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를 보세요. 전 이제 다 큰
어른이에요."
 "다 큰 어른은 더 큰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야곱이 말했다.
 "두려움은 용기의 아버지이고, 겸손함의 할아버지이다.
그리고 기도의 조상이지."
 "그게 무슨 뜻이죠?"
 "자신의 두려움과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용기를
발견할 수가 없다. 두려움은 우리가 전능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지. 그것은 우주에는 우리를 훨씬 뛰어넘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네가
그것을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곧 겸손함으로 향하는 문이
되지. 그리고 겸손함은 기도로 향하는 문이 되고."
 "어째서 서는 지금까지 기다려서야 이런 가르침을 배우게
되는 걸까요?"
 요나가 물었다.
 "꼭 때를 기다려야만 하는 건 아니야."
 야곱이 말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지. 우리의 인격이 곧 우리의 삶을 축적해
가는 것이고."
 "어쨋든 저는 좀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내 말을 믿어라. 우리 모두가 겸손해야 할 더 많은 이유를
발견하게 될 거야. 우리가 찾고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이, 이것은
우리가 늘 배우지만 금방 잊어 먹고 마는 가르침이다."
 "왜 계속 잊어버리는 걸까요?"
 요나가 물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겸손해지자마자 그 겸손에 대해 자만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지."
 "우리 모두가 다 그런가요?"
 "자만심은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다른 이와의 관계에 그것은 장애물이 될 뿐이라는 것을."
 "그러면 겸손함이란 우리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가르침이군요."
 "물론이다. 시간이 그것을 가르쳐 주지."
 "잘 됬네요. 왜냐하면 제게는 아직 많은 질문이 남아
있으니까요.'
 요나가 말했다.


강물은 달려간다. 절대로 걷는 법이 없이


 마을을 덮고 있던 아침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야곱은 빵집
뒷마당 계단에 앉아 있었다.
 자신의 삶에서 요나와 루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층 커진
지금, 야곱은 오랫동안 자신의 삶과 함께 해온 고독과 마주하고
있었다. 이제 요나와 루스가 그의 삶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것이 야곱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비둘기들이 야곱의 발 밑으로 모여들었다. 비둘기들은
야곱이 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니는 빵부스러기를 기대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것을 기대하게 되지."
 웃옷 주머니에서 빵부스러기를 꺼내 땅에 뿌려 주면서
야곱이 말했다. 새들은 먹이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들었고,
꾸룩꾸룩 소리를 내며 먹어치웠다.
 빵집 주인 사뮤엘이 출근하면서 친구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가 말했다.
 "들어올 건가? 아니면 거기 앉아서 내 귀한 빵을 새들에게
축낼 셈인가?"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가겠네."
 야곱이 말했다.
 "아마도 높은 곳에서의 초대를 기다리는 모양이지?"
 하늘을 가리키며 사뮤엘이 말했다.
 "하느님은 자신을 기다리는 자들을 기다리시지."
 야곱이 말했다.
 "그럼 하느님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군."
 "아니, 그냥 이곳에 앉아서 이 순간을 음미하고 싶어."
 "그럼 나한테도 한 입 맛보게 해 줄 텐가?"
 "스스로 맛을 보게. 시간은 과수원과 같아. 모든 순간이 잘
익은 과일처럼 우리에게 맛볼 기회를 주고 있지."
 "나의 어떤 순간들은 너무 익어서 물러 터진 것 같은데."
 사뮤엘이 말했다.
 야곱이 크게 웃었다.
 "자네 생각엔 내가 너무 익어서 아예 씨앗으로 돌아간 것
같지 않은가?"
 사뮤엘이 말했다.
 "씨앗 속에 과수원이 들어 있지."
 야곱이 말했다.
 "자네가 그 말을 처음 했을 때가 기억나는군."
 "그래. 하지만 삶에서 똑같은 말을 두 번 듣는 법은 결코
없어."
 "그래서 인생은 반복되는 것 아닌가?"
 "굽이가 다르지,장은 같아도."
 사뮤엘이 말했다.
 "그렇긴 해도 내겐 그 강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
 야곱이 말했다.
 "강은 달려가지 절대 걷는 법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