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것'이 아니다


 연필과 수첩을 손에 든 청년이 일하고 있는 야곱을 찾아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청년이 진지하게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네."
 야곱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인생에서 무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십니까?"
 여전히 받아적을 준비를 하면서 청년이 물었다
 "무엇이 아니고 누구여야 하지."
 야곱이 말했다.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인생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아니야."
 야곱이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을 자네가 방금 말한 대로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젊어지는 방법


 "조금 비켜 주시오."
 노인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지팡이 하나가 빵집
속의 사람들을 헤치고 야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야곱."
 노인이 말했다.
 "경험이란 위대한 스승이오."
 "그렇습니다."
 야곱이 말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는 인생이라는 수업료를 바쳐야 합니다."
 "흠, 흠."
 노인은 잔기침을 하더니 입술을 떨며 말했다.
 "보아 하니 당신은 전혀 선생티가 나지 않는구먼."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다른 이들을
선생으로 보려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학생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더 관계가 있지요."
 "그래서, 당신은 늙은이가 젊은이로부터 배우기를 바란다는
거요?"
 매서운 눈으로 야곱을 노려보며 노인이 말했다.
 야곱이 말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때 자신이
얼마나 젊게 느껴지는가 하는 것을 노인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해가 뜰 때, 해가 질 때


 이제 막 황혼이 물들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이었다. 루스와
야곱은 들판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들판은 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커다란 짚더미들이 아직도 겨울 덮개를 쓴 채로,
단조롭고 넓은 들판에 드문드문 서 있었다. 툭 트인 대기
아래서 둘만이 있는 즐거움을 느끼며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서 있었다.
 루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야곱, 때로 먼동이 틀 때와 석양이 질 때의 하늘이 분간하기
힘들 만큼 똑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야곱이 대답했다.
 루스가 다시 물었다.
 "그럼 야곱,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해가 뜨고 있나요, 아니
면 해가 지고 있나요?"
 "둘 다입니다."
 야곱이 말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요?"
 "요나는 머지 않아 내 곁을 떠날 갑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깃든 슬픔을 스스로 느끼며 야곱이 말했다.
 "요나의 해가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요나와 함께 한 나의
시간은 이제 기울어가고 있구요."
 루스가 야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는 요나의 삶에 해가 떠오르는 매순간마다 당신이 함께
할 것으로 믿어요."
 루스의 두 눈에 비치는 하늘을 바라보며 야곱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내 삶에서 해가 뜰 때입니다."


우리가 낯선 이들을 도와 줄 때 때로 천사들을 도울 수가 있는 법


 환한 아침 햇살이 유리창의 서리를 녹이고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야곱은 늦잠을 잤다. 빵집의 아침 작업을
빼먹지 않으려고 야곱은 서둘러 움직였다.
 걸음을 재촉하며 빵집으로 향해 가던 도중에 야곱은 길게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야곱이 루스를 처음 만난
그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야곱에게 학교가 어느
방향인지를 물었다.
 야곱은 방향을 일러 주는 대신 노인을 학교까지 모셔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노인이 말했다.
 "난 당신이 가는 길을 방해하려던 게 아닙니다."
 야곱이 말했다.
 "다른 사람이 길을 찾는 것을 도와 주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길을 잃은 영혼이지요."
 노인이 호기심에 찬 눈길을 야곱에게 보내며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이지 않소?"
 그러자 야곱이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이들을 도와 줄 때, 때로 우리는 천사를 돕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