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인생의 각 페이지가 되고


 학교가 끝났다. 요나는 아이들이 떠난 빈 책상들 사이를
걸었다. 그곳에 앉아 공부하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요나는
손가락으로 의자들을 만지며 책상들 사이를 지나갔다.
루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요나는 루스의 책상 곁으로 다가갔다. 서류를 반쯤 읽다 말고
루스가 올려다보았다.
 "저는 내일 떠나요."
 요나가 말했다.
 "나도 들었다."
 루스가 말했다.
 "저를 위해 해 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려요.'
 요나가 말했다.
 "아니야, 넌 나에게 큰 선물이었어."
 루스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너에게 줄 것이 있다."
 루스는 두툼한 가죽 표지로 된, 제목이 쓰여져 있지 않은 책
한 권을 요나에게 내밀었다. 요나가 책을 받아들고 페이지를
넘겼다.
 "안에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군요."
 요나가 말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야."
 루스가 말했다.
 "그 책은 네 자서전이야."
 "아주 좋은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나가 말했다.
 "물론 좋은 책이 될 거야."
 미소를 지으며 루스가 말했다.
 "내가 벌써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시작이 아주 좋던데!"
 요나는 칭찬의 말에 소년처럼 수줍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망설였다. 마침내 요나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야곱을 잘 돌봐 주세요. 그 분이
선생님을 마음에 깊이 두고 있는 것을 제가 잘 알아요."
 "알았어."
 젖은 눈으로 루스가 말했다.
 "너의 페이지에는 마음의 지혜가 적혀있구나."


이제 아멘이라고 말할 때


 야곱은 요나가 짐을 싸는 것을 도왔다. 여러 해 전 야곱이
여행을 떠났을 때 썼던 그 가방에 요나는 옷가지를 꾸렸다. 짐
싸는 일이 끝나고 요나가 차를 끓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의자에 앉았다.
 요나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전 이 방이 그리울 거에요."
 "이 방도 너를 잊지 못할 거다."
 벽을 돌아보며 야곱이 말했다.
 "저를 만나러 오실 거죠, 야곱?"
 요나가 물었다.
 "나는 이미 네가 있는 곳에 가 있다."
 야곱이 말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나무들 사이로 부는 사람을 볼 때마다
하느님이 숨을 쉬는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 이제 네가
어디에 있더라도 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느낄 때나, 또는
나무들 사이로 부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네 곁에 있을 거다."
 야곱이 말을 이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지. 대홍수 때
노아가 방주 안에 있으면서 땅이 말랐는가를 알기 위해 새를
내보낼 때 왜 비둘기를 선택했는가 하는 이야기다. 다른 새들은
지치면 바위나 나뭇가지에 앉아서 쉬었지. 하지만 비둘기는
지친다 해도 날기를 멈추지 않았어. 그 대신 한 날개는 쉬고
다른 한 날개로 날았다는 거야."
 야곱이 말했다.
 "너의 여행길에서 네가 스스로 휴식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길
빈다. 그리고 네가 없으므로 나는 한 날개로 나는 법을 다시
한 번 배워야 할 테고."
 야곱은 식탁에서 일어나 요나의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축복의 말을 했다.
 "하느님이 너를 지켜 주시고 또 축복하시기를. 하느님이 그
얼굴빛을 네게 비추시며 또 마음의 평화를 주시기를. 나의
축복과 사랑이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야곱이 잠시 주저하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아들아."
 "고마워요."
 요나가 말했다.
 "이제 어떤 할 말이 남아 있을까요?"
 "이제는 아멘이라고 말할 때다."
 야곱이 말했다.


성장하는 것은 결코 늙지 않는다


 요나는 잠시 여행 가방을 길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마을을 뒤돌아보았다. 들판 저편에 야곱과 루스 선생이
나란히 서 있었다. 거리가 멀어 두 사람의 윤곽만이 보일
뿐이었다. 회색빛으로 시작했던 아침 하늘은 이제 차츰
푸른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요나가 손을 흔들었다. 야곱도 따라서 손을 흔들었다. 요나는
야곱을 소리쳐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그 순간 한 줄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목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저 아이가 떠나는 것을 보니 우리가 늙어 버린 느낌이
드는군요."
 야곱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면서 루스가 말했다.
 "성장하는 것은 결코 늙지 않는 법입니다."
 야곱이 말했다.
 "사랑도 늙는 법이 없지요."
 루스가 덧붙였다. 그녀의 팔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자신의
몸을 덥혀 주는 것을 야곱은 느꼈다.
 요나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서서 요나는 다시 한 번 멀리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