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우연히 어떤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
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현명하니까 말해 주구려. 내가 언젠가 죽으면 내가
정말 죽은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 어떤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오는 길이라오. 언젠가 나도 죽을 거 아니오? 그러면 내가 죽은
걸 어떻게 알지?"
 아내가 대답했다.
 "그런 바보같은 소리 하지도 말아요. 그건 자연히 알게 돼요. 죽으면
몸이 차가워질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결국 그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사내는 마침
숲속에서 나무를 베고 있었다. 그런데 날이 몹시 추웠기 때문에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깜짝 놀랐지만 어쩔 수가 없었
다.
 "아, 드디어 최후의 날이 왔구나. 몸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어."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당나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거기엔 나귀밖
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무 아래 편안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았
다. 그밖에 뭘 할 수 있겠는가?
 나무 아래 가만히 누워 있자니 당연히 점점 더 추워졌다.
 "죽음이 이제 다 온 것이 분명해. 몸이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어."
 그 순간 그는 순전히 호기심으로 한쪽 눈을 살며시 뜨고 나귀가 있는
곳을 훔쳐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귀가 어느새 늑대에게 물려 죽어
가고 있는 거였다.
 그러자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난 몰라. 난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내 나귀를 맘대로 해보라구. 내가
살아 있었더라면 그 광경을 분명 봤을 거야. 하지만 난 이미 죽은 몸이
라구. 난 몰라."


 생각을 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공상, 꿈, 환상, 그러나
생각만 하고 있다면 결국 그대는 '난 몰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