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텔에 세일즈맨이 들어왔다. 지배인이 말했다.
 "빈 방이 있기는 합니다만 손님에게 내드리기는 곤란하군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세일즈맨이 말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오? 어째서 방이 있는데 내줄 수가 없다는 말입니
까?"
 지배인이 말했다.
 "위대한 정치 지도자께서 바로 그밑의 방에 머물고 계십니다. 이층
엔 빈 방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 방 아래층에 위대한 정치 지도자께서
머물고 계시단 말씀입니다. 그분은 아주 조그만 소리에도 화를 내실
겁니다. 만약에 손님께서 그 방에서 걷는다거나 어떤 소리를 낸다면
야단법석이 날 겁니다. 그러니 딴 호텔로 가보도록하시죠."
 세일즈맨이 말했다.
 "하지만 딴 호텔을 모두 둘러봐도 빈 방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편의
를 좀 봐주시오. 그 방에서 전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겠소. 약속하
오. 난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밤에 돌아와 잠만 잘 거요. 그리
고 일어나자 마자 곧장 떠나겠소. 그러니 내게 그 방을 좀 주시오."
 이렇게 해서 그는 간신히 그 방을 얻을 수 있었다. 밤 늦게 세일즈맨
은 지친 몸으로 돌아왔다. 그는 의자에 살며시 앉아서 한쪽 신발을
벗었다. 그러다가 그만 신발을 마루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때
위대한 정치 지도자에게 혹시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엔 아주 조심스럽게 나머지 한쪽 신발을 벗어
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마루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세일즈맨
은 깊이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일어나 방문
을 열어보니까 그 위대한 정치 지도자가 성이 나서 붉게 상기된 얼굴로
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거였다. 세일즈맨은 어리벙벙했다. 그가 말했
다.
 "제가 어쨋는데요? 전 아까부터 깊이 잠들어 있었는데!"
 세일즈맨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각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어쩌면‥‥‥제가 꿈속
에서‥‥‥ 그것도 아니면 혹시 제가 잠결에 무슨 소리라도 질렀는지‥
‥‥ 무슨 소릴 냈는가요? 아하‥‥‥ 정말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은 추호
도 없었습니다."
 정치 지도자가 말했다.
 "그게 아니오. 도대체 한쪽 신발은 어찌된 거요? 한 시간 동안이나
난 잠을 못 이루었소 한쪽 신발이 마루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난 생각했소. '아, 이 친구가 돌아왔군!' 그리고 난 두번째 소리를
기다렸소. 난 곧 거기에 열중하게 되었지. 잠을 도통 이룰 수가 없었거
든. 도대체 그 두번째 신발은 어떻게 된 거요?"


 진리는 하나다. 허위는 그대가 원하는 만큼 많을 수 있다. 종교는 하나
다. 둘일 수도 없다. 진리는 하나이므로. 그러나 철학은 그대가 원하는
만큼 많을 수 있다. 누구든지 자기 철학을 가질 수 있다.
 철학은 진리에 대한 그대의 꿈이다. 그대는 분명 그대의 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진리를 만들어 낼 순 없다. 꿈과 이론은 그대를 들뜨
게 한다. 그럴 때 그대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것. 여기도
저기도 아닌 그 중간에 어정쩡하게 매달려 있는 것. 그대의 마음은 언제
나 불안하다. 거기에 어떤 것, 칼 같은 것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