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을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친 그는 어느 성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 때
마침 그 성의 주인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청년을 보고는 왜 여기에 있는
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청년이 대답했다.
 "전 건축가입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중입니다."
 그 성주는 마침 건축가가 필요했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청년
 에게이렇게 말했다.
 "나와 함께 지내지 않겠나? 내 밑에서 건축가로 일해 주게. 그러면
자네가 필요로 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 주겠네. 자넨 큰 부자처럼
살 수 있을 걸세.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네. 나중에 자네가
이곳을 떠나게 되면 이곳에 올 때처럼 빈 손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일
세."
 청년은 그 말에 찬성했다. 몇 주일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그는 아주 열심히 충실하게 일을 했다. 성주도 그가 하는 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청년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들어 주었
다. 청년은 정말 부자처럼 살았다.
 그러나 청년은 차츰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불안해지는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불안해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자기가 원하던 것이 모두 실현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는
어떤 먹구름 같은 것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런 어느 날 문득 그 까닭을 이해하게 된 청년은 성주에게 가서
성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왜 떠나려고 하는가? 어려운 게 있다면 나한테 말해 보게. 내 다 들
어 주겠네. 난 자네가 하는 일에 무척 만족하고 있네. 난 자네가 평생을
여기서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네."
 청년이 말했다.
 "아닙니다. 떠나겠습니다. 제가 떠나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주가 물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뭔가?"
 청년이 말했다.
 "여기선 아무 것도 제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빈 손으로 와서 다시
빈 손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한낱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종교적이 되는 계기가 바로 이것이다. 아직도 이 세상에 자기의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대
는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돌아간다.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