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꾸는 꿈은 분실물 보관소


 요나는 야곱의 집에서 첫번째 밤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는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피곤에 지친 채로 반쯤 졸고 있었다.
야곱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인 것 같다."
 야곱이 나지막히 말했다.
 그러자 요나가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우리 아버지가 아니에요."
 야곱은 그 말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아이에게 그냥
어서 자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나서 말없이 자신의 잠자리를
준비했다.
 자리에 누으면서 야곱은 요나의 마음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야곱은 눈을 감고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마음을
정하게 되기를 기도드렸다.
 두세 시간 뒤, 야곱은 아이가 흐느껴 우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이는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어 있었고, 자면서 울고 있었다.
 야곱은 아이에게로 다가가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 바람에 아이가 잠이 깨었다. 아이는 당황해 하면서 눈물을
닦았다.
 "울어서 죄송해요."
 야곱이 말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눈물을 주셨지. 우리의 감정에 물을 뿌려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말야."
 "방금 나쁜 꿈을 꾸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이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우리 모두가 나쁜 꿈을 꾼단다."
 야곱이 말했다.
 "때로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꿈을 꾸기도 하고,
때로는 아직 찾지 못한 것에 대해 꿈을 꾸기도 하지."


두려움과 씨름하면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잠자리를 준비하던 요나가 물었다.
"야곱, 당신은 강한 사람인가요?"
"내가 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니?"
야곱이 물었다.
"네, 그러면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아무도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아."
야곱이 말했다.
"하지만 두려움과 씨름하는 가운데 우리 모두는 더 강해지는
법이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창문 옆 오목한 곳에 야곱이 마련해 준 간이침대에서 요나는
잠이 들었다. 한밤중이 되었을 때 요나는 침대 시트와 털
담요를 목 밑까지 끌어당겨 덮었다. 잠들기 전에 먹던 빵조각이
아직도 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
 야곱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맞은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 본 적도, 또 그런 일을 기대한 적도
없었다. 야곱이 아침 기도를 하는 동안, 요나의 조용한
숨소리가 낯선 메아리처럼 기도 속으로 묻어 들어왔다.
 인내. 야곱은 생각했다. 그대, 하느님은 내게 아직도 볼 일이
있으신 거야.
 요나가 몸을 뒤척이더니 눈을 뜨고 야곱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 고요한 순간을 깨뜨리려 하지
않았다. 둘 다 오랫동안 침묵 속에 머물러 있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의 첫번째 빛이 조용한 수면에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우려 하고 있었다. 멀리 어디선가는 아침의
고요를 깨고 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나는 말없이 일어나 차를 끓이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채웠다. 그런 익숙한 행동은 요나가 마치 그 집에 오랫동안
살았고, 잠깐 다른 곳에 여행을 다녀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모든 직선은 계속 그어 나가면 결국에는 곡선이 되지. 야곱은
생각했다. 모든 여행은 마침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이고.
 "난 네가 나와 함께 빵집에 가기를 바란다."
 야곱이 말했다.
 "그곳에서 저는 뭘 하죠?"
 요나가 물었다.
 "질문을 하지"
 "그리고는요?"
 "그리고는 주의깊게 관찰하지."
 "그것뿐이에요?"
 "많은 것은 언제나 적은 것에서 시작되는 거다."
 이제 야곱에게는 빵집으로 일하러 가는 그 익숙한 길이 모두
새로운 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