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들을 수는 있는 법


 야곱과 요나는 함께 빵집으로 향했다. 주위는 온통 고요하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장화에 눈 밟하는 소리뿐이었다.
 "야곱, 제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어요?"
 요나가 물었다.
 "우린 그렇게 하기로 이미 동의하지 않았던가?"
 야곱이 대답했다.
 "당신의 부모님은 아직 살아 계신가요?"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불쑥 던지는 듯한 말투였다.
 "이곳에 살아 계시지."
 야곱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언제 돌아가셨어요?"
 "아주 오래 전에. 그런데 너의 부모님은 언제 세상을
떠나셨지?"
 야곱이 물었다
 "지난 겨울에요."
 야곱의 시선을 피하며 요나가 대답했다.
 "우리 마을에 나쁜 전염병이 돌았거든요. 저도 거의 죽을
뻔했어요. 가끔은 그때 죽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적도 있어요.
 "그건 왜지?"
 야곱이 물었다.
 "그러면 나 혼자 남겨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넌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말했으나 요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때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떠나가지."
 눈을 감으며 야곱이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가 언제나 우리 자신들과 함께
있는 거란다."


배움을 얻도록 태어나서 바보처럼 죽다


 빵집 뒷문에 이르러 야곱이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가 너희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곳이다."
 밀가루 부대를 싣고 내리는 뒷마당 아래쪽 계단을 가리키며
야곱이 말했다.
 "할아버지가 종종 그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아픈 기억을 더듬는 듯한 목소리로 요나가 말했다.
 "그랬군, 그런데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도 하시던?"
 야곱이 물었다. 그리고 요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야곱은 자신의 웃옷 주머니에서 빵부스러기를 한 줌 꺼내
아이의 어깨 위에 뿌렸다.
 빵집 지붕 위에 앉아 있던 참새와 비둘기들이 날아와 요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새들은 아이의 어깨 위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부지런히 빵부스러기를 채갔다. 아이의
어깨는 곧 깨끗해졌다.
 "새들의 날개짓에서 나오는 바람이 얼굴에 느껴져요!"
 지붕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새들을 바라보며 아이가
빛나는 얼굴로 말했다.
 "어쩌면 너를 지켜보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인지도
몰라."
 "당신도 천사이시죠?"
 아이가 물었다
 "잘 모르겠다."
 잠시 멈추었다가 야곱이 말했다.
 "어쩌면 네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이곳에 온 천사인지도
모르고."
 그 말에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내가 알기로는 천사를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한다. 마음속에
사랑을 갖고 있으면 다름 사람들이 네 안에서 천사를 볼 수가
있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야곱은 몸을 돌려 뒷문의 자물쇠를
풀었다.
 그때 요나가 야곱의 소매를 잡았다. 야곱이 돌아보자 요나가
말했다.
 "야곱, 슬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어요."
 "슬퍼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슬퍼하지만 않으면 된단다."
 야곱이 말했다.
 "슬픔과 기쁨은 마음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와 같은
것이지. 그 감정들이 너의 삶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거라."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요나가 야곱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따.
 "당신도 슬플 때가 있나요?"
 "때로 있지."
 야곱이 말했다.
 "하지만 모든 파도는 해변일 깨끗이 씻어 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