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감도 사실은 아주오래 전부터 있던 것일 뿐


 야곱을 따라 요나는 빵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흥미로웠으며, 아이는 자신의 호기심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했다. 야곱은 어느 곳에서 주의를 해야 하며,
무엇을 만지지 말아야 하고, 무엇이 뜨거운지에 대해 몇 번이나
반복해서 아이에게 설명했다.
 요나가 말했다.
 "야곱, 저를 아주 어린애 취급하시는군요."
 "다 큰 너를 말이지."
 야곱이 놀리는 투로 말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전 더 나이를 먹었다구요."
 키가 더 커 보이도록 자세를 고쳐잡으며 요나가 말했다.
 "그래, 알았다."
 야곱이 간단히 대답했다
 야곱은 다시금 빵집에서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요나가
곁에서 일을 거들었다. 둘이서 빵이 가득한 마지막 빵판을 오븐
칸에 밀어넣으며 요나가 말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은 신성한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야곱이 말했다.
 "그 말씀이 맞다. 우리 모두는 다만 서로 다른 일을 갖고 있을
뿐이지."
 "그렇다면 내 빵집에서 이 어린 친구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사뮤엘이 들어오면서 아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은 또한
자기가 출근했음을 알리는 말이기도 했다.
 "내 일을 하라고 하세요."
 빵판을 들고 문간을 지나가던 맥스가 볼멘 소리로 말했다.
 "요나는 현자회의의 의장이신 에즈라 선생님의 손자라네.
그분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말을 하고 나서 야곱은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그래?"
 약간 당황한 듯 사뮤엘이 말했다.
 "내가 함께 살면서 일도 배우라고 이 아이를 불렀네."
 야곱이 말했다.
 "아, 그런가?"
 야곱과 요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사뮤엘은 아직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여기 입을 딱 벌리고 계신 분이 사뮤엘이시다."
 사뮤엘을 가리키며 맥스가 말했다. 맥스는 어색하게 서 있는
사뮤엘의 셔츠를 잡아당겨 앞으로 한 걸음 나오게 한 뒤
말했다.
 "사뮤엘은 이 빵집의 주인이시고, 너의 할아버지의 열렬한
팬이시지. 그리고 난 맥스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사뮤엘이 눈치를 살피며 요나에게 물었다.
 "야곱에게서 배울 거에요."
 요나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너한테서 배울 거고."
 생각을 끝내며 야곱이 말했다.
 자신의 오랜 친구를 바라보며 사뮤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네는 언제나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배우지 않는가?"
 "배움은 과정일 뿐이지 목표가 아니야."
 야곱이 말했다.
 "그렇다면‥‥‥"
 사뮤엘이 맥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서 돌아가 일을 해!"
 "두 사람은 무척 지혜롭군요."
 맥스가 야곱가 요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사뮤엘을
향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분은 거의 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일을 하기엔 너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바보


 그날 야곱이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중년 남자 하나가
당당하게 빵집 안으로 들어와 아무 설명도 없이 야곱과 요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야곱 선생, 내게 큰 돈을 벌 기회가 생겼는데, 다만 약간의
운이 필요할 뿐이오."
 "어떤 현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운이 따라온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매일같이 열심히 일해서 얻는 게
뭐요?"
 그 남자가 비웃듯이 말했다.
 야곱은 오븐에서 빵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소매
끝으로 눈썹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열심히 일한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큰 보상이라고
현자들은 말했습니다."
 "내 말을 들어보시오."
 그 중년 남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직 바보들만이 끝없이 일을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야곱이 말했다.
 "자신이 일을 하기엔 너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바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사실은 우리 자신을 보고 있는 것


 학교가 끝난 뒤 마을의 아이들 몇 명이 빵집으로 야곱을
 찾아왔다. 아이들은 밀가루 부대 위에 앉아 장난을 치고 웃기도
 하면서 야곱의 휴식 시간을 기다렸다. 그 중 한 아이가 요나를
 가리키며 다른 아이들에게 속삭였다. 요나는 아이들이 온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하고 야곱 곁에서 계속 일을 거들었다.
 마침내 일손을 멈추고 야곱이 아이들에게 다가갔을 때도
 요나는 주변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여자 아이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곱, 새 조수를 두셨어요?"
 "이쪽은 요나라고 한다."
 야곱이 소개를 했다. 요나는 입을 다문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아저씨가 점점 늙어가고 있기 때문인가요?"
 남자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러자 야곱이 말했다.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혜로워졌다는 뜻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다른 남자 아이가 말했다.
 "넌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지?"
 야곱이 물었다.
 아이가 자랑하듯이 말했다.
 "나는 건강하고 힘이 세거든요,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야곱이 말했다.
 "하지만 만일 다른 사람들이 없다면, 넌 누구한테 너의 힘을
자랑할 수 있겠니?"
 어린 여자 아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때 사실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군요."
"그래, 그리고 때로 좋은 거울은 나쁜 거울보다 우리에게 덜
아첨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