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도시를 피하여
고요한 들판을 걷기 위해 나갔던 것은
불과 어제였네.
나는 자연이 그 관대한 손길로 선사해 준
높은 언덕에 다다랐네.
언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도시를 돌아보았지.
보아라, 도시가 보인다
그 모든 탑들과 사원들과 함께
제철소와 공장에서 올라오는 검은 연기에 싸인
탁한 구름 아래 누워있는 저 도시가.

멀리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앉아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헛되고 하찮게만 느껴졋네.
나는 진실로
아담의 후예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을 외면했으며
신의 거대한 영광의 자리로서
오직 들판을 바라볼 뿐이네.
들판 한가운데서
나는 고운 대리석의 묘비와 삼나무가 심겨진
어느 묘지를 보게 되었네.

생명의 도시와 주검의 도시 사이
그곳에 나는 앉아
죽음 속에 엄청난 위엄과 침묵을 묻어둔 채로
삶의 끝없는 싸움과 소란에 대하여 묵상해보네.
나는 희망과 절망, 사랑과 미움
부유함과 가난함, 믿음과 불신을 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자연이 온통 뒤섞어 놓은
흙 속의 흙도 보았네.
밤의 깊은 침묵 속에서도
초록빛 생명의 세계를 잘 가꾸어 놓은 그 흙을.

그런 생각을 할 동안
천천히 행진하고 있는 큰 무리가 다가왔고
거기선 처량한 분위기의 노래소리가 들려왔네.
귀한 이들과 비천한 자들이
행렬 속에 섞여 함께 걷고 있는
어떤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의 장례식 행렬이었네.
산 자들은 죽은 자를 따라가며 울부짖었으며
그들의 비탄과 통곡소리가 묘지에까지 이르렀다네.
사제는 기도를 올리고 향로 주위를 돌았으며
피리 부는 사람은 애처롭게 피리를 불었다네.
연사들은 제각기 그를 기리는 말을 몇 마디씩 하고는
그 앞에 서 있었고
시인들은 자신들이 배운 시를 읊으며
애도하고 있었네
모두가 녹초가 되어버릴 때까지.
이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석공들이 다투어 만든 자랑스러운 비석과
솜씨있고 능숙한 솜씨로 만든
수많은 화환과 화관들만이 남아 있네.
멀찌감치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그 행렬은 도시로 돌아갔다네.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
바위와 나무의 그림자들이 점점 길어지며
빛의 옷을 벗어버린 저녁
그때, 아, 나는 나무관을 어깨에 메고 있는
두 남자를 보았네.
그들 뒤로 누더기 옷을 걸친 한 여인이 왔고
그녀의 가슴에는 어린 아기가
그 발 쪽에는 개 한 마리가
그녀와 나무관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네.
어느 가난하고 비천했던 남자의 장례식 행렬이라곤
오직 이들 뿐이었네.
그 여인은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고
엄마를 따라 우는 아기와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슬픔까지 따라다니는 충실한 개가 있었네.
묘지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그 높은 대리석 묘비에서 꽤 떨어진
한 쪽 구석에 관을 내려놓았네.
사람들은 슬픔에 젖어 말없이 뒤돌아섰고
개는 자신의 친구이자 주인이었던 이가
마지막으로 묻혀있는 곳을 바라보았네
그들의 모습이 나무들 뒤로 사리질 때까지.
나는 먼저, 산 자들의 도시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네.
"이 도시는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다시 주검의 도시를 바라보며 말하기를
"이 도시 역시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나는 울부짖었네.
"오, 신이여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는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
이렇게 말하고는 금빛 햇살에 젖어 빛나는
하늘의 구름 떼를 바라보았네.
거기서 어떤 음성이 내게 들려왔네.
"바로 저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