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독교의 십계명(十誡命)을 알고 있다. 그것은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킨 인
생과 사회의 금언(金言)이었다.
나는 인생의 3계명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우리들이 날마다 지켜야 할 생의 원칙이요
행동의 기준이다.

 인생의 첫째 계명은 <속이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거짓말이 너무나 많다. 우리 생활에는 속임수가 너무도 흔하다. 우리는
불신사회의 불신풍조(不信風潮) 속에서 살아 간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살아 간다. 서로
믿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에서 불행한 일이 또 어디에 있는가.
남대문 시장의 어떤 참기름 가게 앞에 다음과 같은 간판이 붙어 있다. <정말 순 진짜 참
기름만 팝니다.> 참기름 위에 형용하는 말이 셋이나 붙어 있다. <참기름>이란 말도 생각해
보면 이상한 말이다. 다른 기름은 다 가짜 기름이란 말인가. <정말 순 진짜>―오죽 가짜
가 많이 나와 돌면 이런 간판이 생길까.
세상(世上)에 사람은 많아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새벽 하늘의 별같이 드물다. 옛날에는
선한 사람들 사이에 간혹 악한 사람이 끼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악한 사람들 사이에
간혹 선한 사람이 끼어 있는 것 같이 사람한테는 절을 하고 싶다.
몽고 내륙지방의 어느 마을에 가면 모든 주민의 목에 큰 혹이 달려 있다. 바다가 멀기
때문에 미역을 먹지 못하므로 옥도(沃度) 부족으로 갑상선에 기능 장해가 생기어 모두 목
에 혹이 나서 바보가 된 것이다. 이 마을에 혹이 없는 성한 사람이 가면 모두 바보가 왔다
고 손가락질을 한다. 바보가 건전한 자처럼 행세하고 건전한 자가 바보의 취급을 받는 것
이다. 가치전도(價値顚倒)의 비정상 사회(非正常社會)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몽고의 이 마을과 같이 되었다. 진실(眞實)을 말하고 정직을 강조하
고 속이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면 바보처럼 취급하려고 한다.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적당
히 하고 어름어름 살아 가는 자가 인생(人生)의 현명한 자처럼 간주된다. 불행한 일이다.
거꾸로 된 질서(秩序)요, 병든 사회다.
정직한 자가 흥하고 속이는 자가 쇠하는 사회, 그것이 인간의 사회다. 속이는 자가 흥하
고 정직한 자가 패하는 사회 그것은 비인간의 사회다. 속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회라야 살맛이 있고 살 보람이 있다. 속이지 말자. 이것을 우리의 생활의 첫째 신
조로 삼고 살아 가자.
 
 인생의 제2의 계명은 <놀지 말자>는 것이다.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사회(社會)를 만들어야 한다. 일하는 자가 대접
을 받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을 푸대접을 받는 사회,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다. 부지런한 손
은 축복받은 손이다.
게으른 손은 저주받은 손이다. 근면한 사람은 의로운 사람이요, 나태한 사람은 의롭지
못한 사람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만년의 작품인《바보 이반》에는 이상적(理想的)인 가치관(價
値觀)과 바람직한 생활철학(生活哲學)이 그려져 있다.
누구든지 부지런히 일을 해서 손에 굳은 살이 박힌 사람은 식탁의 제일 상좌에 앉아서
따뜻한 밥을 남보다 먼저 먹을 수 있지만 빈둥빈둥 놀아서 손에 굳은 살 박히지 않은 사람
은 식탁의 제일 아랫자리에 앉아서 남이 먹다남은 찌꺼기의 찬밥을 맨 나중에 먹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대접을 받아야 한다. 게으른 자는 마땅히 푸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흥하는 사회요, 올바른 가치관(價値觀)이요, 건전한 생활철학이다.
게으른 손을 부지런한 손으로 개조하자. 나태한 생활은 근면한 생활로 혁신하자. 근면
의 나무에는 번영의 잎이 무성하고 부강의 열매가 열린다. 나태의 나무에는 쇠망의 벌레가
먹고 불행의 낙엽이 떨어진다.
한국인은 부지런한 국민인가. 우리는 근면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놀지말자.> 이 평범
한 계명(誡命)을 우리의 생활신조(生活信條)로 삼고 살아 가자.
 
 인생의 제3의 계명은 <싸우지 말자>는 것이다.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다.
저마다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의 소유자(所有者)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새 나
라 새 민족의 새로운 마음가짐이요, 새로운 얼굴 표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왜 대립과 파쟁이 많은가. 왜 헐뜯고 싸우는 일이 많은가. 사회제도의 개
조에 앞서서 생활의 개조가 필요하고, 생활의 개조(改造)에 앞서서 혼의 개조, 정신의 개
조가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의 밭에 화목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우리의 정신의 밭에서 싸움의 독초를
뽑아야한다.
화모그이 나무에는 즐거움의 꽃이 피고 감자의 향기(香氣)가  풍긴다. 싸움의 나무에는 불
행의 벌레가 먹고 파멸의 열매가 열린다.
서로 싸우지 않기를 힘쓰고 서로 화목하기를 노력하자. 속이지 말자. 놀지 말자. 그리고
싸우지 말자. 지극히 평범한 인생(人生)의 계명이다.
이 세 가지 계명을 우리가 날마다 실천할 때 우리의 생활은 밝아지고 우리의 사회는 번
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