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수록 아까운 것은 케네디 대통령(大統領)의 죽음이다.
그는 멋이 있는 인간이었다. 그의 몸에서 젊음의 향기가 풍겼다. 비전과 꿈이 있었다.
박력과 용기가 팽배했다. 성실(誠實)의 덕과 소박성(素朴性)의 미(美)를 지녔었다. 그의 명
쾌한 열변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그의 대통령 취임연설의 레코드를 갖고 있
다. 가끔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뜨거운 이상(理想)의 정열을 느낀다.
그는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독서를 많이 한 분이었다. 대통령 재임시(在任時)에도 늘
책을 읽고 공부를 하였다.
케네디가 가장 존경하고 숭배한 인물은 링컨이있다. 그는 링컨과 같은 위대한 대통령이
되려고 결심했다. 링컨은 그의 이상적(理想的) 본보기였다.
그는 큰뜻을 이루지 못하고 링컨처럼 흉탄을 맞고 비장한 최후를 마쳤다. 케네디가 살
았더라면 링컨처럼 재선이 되어 미국을 위해서 역사(歷史)의 대업(大業)을 아루어 놓았을
것이 틀림없다.
나는 61년에서 62년에 걸쳐 미국에 있었다. 케네디를 직업 만나 볼 기회는 없었지만
자주 텔레비전에 나와서 기자들과 반시간씩 인터뷰하는 광경을 늘 흥미있게 보았다.
기자들이 곤란한 질문을 하면 방긋이 웃으면서 유머와 조크로 넘기는 품이 참으로 멋
이 있었다. 나는 케네디의 팬이 되어 그의 글을 애독하게 되었다. 나의 강연에는 가끔 케네
디의 말이 튀어나온다.
케네디는 사색인(思索人)이었고 문필가였다. 이런 점에 나는 더욱 매력(魅力)을 느낀다.
미국의 30여명의 대통령 중에서 케네디는 지적 수준(知的水準)이 가장 높은 지도자였다.
나는 케네디의 인간상(人間像)을 세 개의 단어로 요약한다. 비전과 용기와 도전이다. 비
전이 있었다. 이상의 철학이 있었다. 케네디는 미국인에게 특히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새로
운 비전과 행동의 좌표(座標)를 제시했다. 그는 꿈을 가진 정치가였다. 그는 열렬한 이상
주의자였다. 이 이상주의(理想主義) 정신이 미국과 세계의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2년 10개월 동안 대통령의  자리에 앉았었지만 비범한 리더쉽을 발휘했다. 그는
미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용기로써 이 비전에 도전했다. <뉴 프런티어>와 평화봉사단(平
和奉仕團)은 케네디의 독창적(獨創的) 비전에 속한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느냐. 새로운 프런티어에 서있다. 나는 미국인이 새로운 프런티어
의 새로운 개척자(開拓者)가 되기를 원한다.>
간결한 말이지만 힘 있는 말이다. 그는 뉴프런티어의 정책으로서 대목표를 제시했다. 인
구와 생존(生存)과 교육과 주택과 과학과 오토메이션과 여가(餘暇)의 뉴프런티어다. 이것
은 그의 사회개혁의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역사는 동부에서 서부에로 향한 300년의 프
런티어 개척사(開拓史)다. 그들은 맨주먹과 용기와 개척정신으로 서부를 개척해 나갔다.
프런티어는 개척지를 의미한다. 미국의 역사에는 개척자의 혼(魂)이 배어 있다. 피와 땀으
로 대지(大地)를 가는 개척정신은 미국 정신의 정수적(精粹的) 요소다.
미국의 프런티어는 이미 끝났다고 모두 생각했다. 그러나 끝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개
척자가 기다리고 있다. 케네디는 <뉴 프런티어>라는 역사의 새 지표를 제시하여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그의 리더쉽의 일단이 있다. 지도자(指導者)는 이상과 방향
을 제시해야 한다.
케네디는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았다. 그는 1960
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닉슨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열하루 있으면 그는 백악관
의 주인이 된다. 케네디는 1961년 1월 9일, 보스턴 시민에게 고별연설을 했다. 나는
케네디의 여러 연설 중에서 고별연결을 명연설(名演說)로 높이 평가한다.
그는 이 연설에서 역사의 네 가지 질문을 들었다.
우리는 훗날 역사의 심판대에 선다. 그때 역사는 우리에게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로 당신은 용기(勇氣)있는 사람이었느냐.
둘째로 당신은 총명(聰明)한 사람이었느냐.
세째로 당신은 성실(誠實)한 사람이었느냐.
네째로 당신은 헌신(獻身)하는 사람이었느냐.
이 네 가지 질문에 <예스>라고 긍정적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용기와 총명
과 성실과 헌신은 매사추세츠주의 역사적 재산(歷史的財産)이라고 케네디는 말했다. 이 정
신적 재산을 가지고 앞으로 대통령의 직책을 성심성의껏 감당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역
사의 이 네 가지 질문은 우리의 행동좌표(行動座標)의 제시(提示)라고 볼 수 있다.
케네디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란 책을 썻다. 이것은 미국의 여덟 사람의 상원의원의 이
야기다. 그들은 용기로써 사명과 책임을 다 했다. 용기 있는 정치가가 되기는 참으로 어려
운 일이다. 부채 타락하기 쉽고 부정에 휘말려 들기 쉽다. 국가적 · 민족적 이익보다도 자기
자신과 선거민의 이익에 사로잡히기 쉽다. 세상에 정상배(政商輩 : politician)는많아도 정
치가(政治家 : statesman)는 드물다.
케네디는 정치가에게 신념과 용기의 덕을 강조하고, 개인적  · 당파적 이익보다도 국가적
이익을 행동의 좌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케네디의 정치철학과 정치가로서의
신념을 기록한 책이다. 정치가에게는 세 가지 압력이 육박해 온다는 것이다. 첫째는 사람들
한테 인기(人氣)를 끌고 호감을 사고 싶은 유혹이다. 둘째는 재선의 욕망이다. 세째는 선
거민의 압력이다. 이런 압력 속에서 어떻게 정치적 양심과 지조(志操)와 생명을 지키느냐.
케네디는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자기 소신을 밝혔다. 이 책은 퓰리처 전기상(傳記賞)을 받
고 베스트 셀러의 제1위에 올랐다. 케네디는 토머스 제퍼슨이래 가장 문학적 소양이 많은 대
통령이었다. 케네디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하도록 미국 최대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
트를 초빙했다. 86세의 노시인은 흔연히 이 요구에 응했다. 케네디는 백악관을 정치의 중
심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세계적 학자와 예술가를 많이 초대하
여 지(知)와 (美)의 풍성한 향연을 이루었다. 분명히 케네디는 멋이 넘쳐 흐르는 대통령
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藝術)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천재(天才)의 발언은 시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권력(權力)이 인간을 거만으로 흐르게 할 때, 시는 인간에게 그 한계성을 깨우쳐 줍니다.
권력이 인간의 관심의 범위를 좁힐 때, 시는 그 범위를 맑게 씻어 줍니다. 예술은 우리의
판단의 시금석(試金石)이 되어야 할 근본적인 인간의 진리를 확립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화(文化)와 예술에 대해서 이렇듯 이해가 깊은 대통령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일(駐日)대사였던 라이샤워는 케네디의 리더쉽의 비결은 비전과 설득력에 있다고 하
였다. 이상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남에게 설득시키는 힘은 리더쉽의 중요한 요소에
속한다. 케네디의 연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아무래도 대통령 취임연설이다. 그의 비
전과 신념과 용기와 도전적 정신이 이 연설 속에 약동한다. 몇 귀절 인용하기로 한다.
「강자(强者)는 공정(公正)하고 약자(弱者)는 안전(安全)하고 평화가 보존되는 새로운 법
(法)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 협력합니다.」
강자는 침략하고 약자는 불안한 것이 세계의 현상황이다. 케네디의 말은 간결한 속에 우
리의 희구(希求)와 이상을 명쾌하게 표현했다.
「이제 나팔소리가 다시 우리를 부른다. 그것은 무기를 들라는 소리가 아니요, 전쟁으로
부르는 소리도 아니다. 해마다 소망(所望)속에 즐거워하고, 간난(艱難) 속에 견디면서
긴 어둠의 싸움, 전제(專制)와 빈곤과 질병과 전쟁이라는 인간의 공동적(共同敵)에 대한
투쟁의 무거운 짐을 지라는 부르심이다.」
다음 말은 케네디의 명언(名言)으로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네 나라가 너를 위해서 무었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네가 네 나라를 위해서 무엇
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라.」
케네디는 어떠한 리더쉽론을 갖고 있었는가. 그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지(未知)의 길을 가려면 많은 성격적(性格的) 특질이 필요하다. 그것은 용기가 필요
하다. 역경과 위험에 직면할 때 냉정(冷靜)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 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실망(失望)에 견디는 견인성(堅忍性)
이 필요하다. 또 자세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용기와 냉정과 상상력과 견인성과 전문적 지식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요 덕이다.
케네디는 이러한 자질을 갖춘 드문 인물이었다. 알링톤 국립묘지의 푸른 언덕에서 영원
히 잠자는 비전과 용기의 젊은 대통령 케네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놓고 역사의 무대
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아직도 맥맥히 살아 있다. 비전과 용기(勇氣)와 도전
(挑戰)은 케네디의 정신적 유산(精神的遺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