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한 정신분석가에게 환자가 찾아왔다. 그는 새로 온 환자에
게 이렇게 말했다.
 "난 매우 바쁩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그러니 당신이 날 좀 도와주십시오. 첫 상담은 사실 내 얘기는 필요없
고 당신의 얘기를 듣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 당신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이 탁자 위에 있는 녹음기에다 말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들어보고 필요한 것을 적어 두었다가 시간이 나는 대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여기 녹음기가 있습니다. 녹음기를 놓고 갈테니 여기다
말씀을 해두십시오. 내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다 말씀하십
시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다?"
 환자가 말했다
 "물론이죠.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정신분석가는 환자를 그 방에 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2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환자가 사무실을 나가는 것이었다. 정신분석가는
환자의 뒤를 쫓아가 물어보았다.
 "그렇게 일찍 가십니까? 벌써 다 말씀하셨어요? 2 분이면 너무 짧은
데요."
 환자가 말했다
 "보십시오. 나 역시 매우 바쁜 사람입니다. 사실 당신보다도 더 바쁩
니다. 그리고 당신이 내 첫번째 상담자는 아닙니다. 난 이미 여러 명을
거쳤습니다. 상담실로 가보시지요. 당신의 녹음기 옆에 내 작음 녹음기
가 있을 겁니다. 그 녹음기가 당신의 녹음기에다 말을 하고 있을 겁니
다. 어서 가보시오."

 지식이란 무엇인가. 거기에 사람은 없다. 작은 녹음기가 또 하나의
녹음기에다 말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