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곳에 한 왕이 살았다.
왕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부와 권력, 그리고 건강까지.
그는 왕비를 사랑했고, 왕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행복만은 갖지 못했다.
왕은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이 슬프고 싫었다.

왕은 따라서 아주 불행하기만 했다.
그는 마침내  "  나는 기필코 행복을 갖고 말겠다"고 결심을 했다.
왕의 전의가 호출되었다.
왕이 말했다.

"나는 행복을 원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라.
그러면 내 그대에게 굉장한 부를 주겠다.
그러나 만일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대의 머리를 내게 바쳐야 할 것이다."

전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왕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아무도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왕은 몹시 흥분해 있었고,
자신을 정말로 죽일지도 몰랐다.

전의가 말했다.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전하.
경전들을 뒤져보도록 내일 아침까지 말미를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는 밤새도록 궁리를 했다.
아침이 되어서야 그는 겨우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왕에게 가서 말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는 밤새도록 경전들을 뒤져 보았지만 어디에도 행복에 대해서 언급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문제는 실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전하의 위엄이 바로 행복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전하께서는 행복한 사람을 찾아내서 그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셔야 합니다.
그러면 전하께서는 행복하게 되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왕은 기뻤다.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구해서 입는 것이야 쉬운 일이었다.
왕은 신하에게 명령했다.

"어서 행복한 사람을 찾아 그의 속옷을 가져오라. 서둘러라!"

왕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하는 서둘러 나섰다.
그는 먼저 부자를 찾아가 그의 속옷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속옷을 내드릴 순 있습니다.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질 않습니다.
나는 불행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나 역시 행복한 사람을 찾기 위해 하인들을 보낼까 합니다.
당신은 자신의 임무를  잊지 마십시오."

신하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무도 행복하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들은 말했다.
"왕이 행복하게 될 수만 있다면 우린 기꺼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도대체 어떤 속옷일까?
우리는 모두 생명을 바칠 수도 있지만, 속옷은 안 되지 않는가.
우리는 전혀 행복하지가 않아."

신하는 탄식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제 그는 왕의 명령을 거역하게 될 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말을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내 행복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요.
당신도 그가 부는 피리 소리를 들었을 것이오.
바로 저 강가에서 피리를 부는데, 당신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오."

"그렇군요!
저도 종종 한밤중에 매혹되곤 했지요.
그렇게 아름다운 음률.......아, 그는 대체 누구인가요?
그는 어디에 있을까요?"

"밤에 우리 찾아보도록 합시다.
그는 매일 밤마다, 언제나 강가로 나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밤을 기다렸다가 강가로 나갔다.
아닌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둠 속에서 피리를 불고 있었다.
피리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음률은 행복에 넘쳐 있었다.
신하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이제야 그사람을 찾았다!"

그들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자,
그 사람은 피리불기를 그쳤다.
그 사람이 말했다.

"원하는게 무엇이오?"
신하가 말했다.
"당신은 행복한지요?"

그 사람이 말했다.
"나는 행복하오,즐겁소.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원하오?"

신하는 기쁨에 넘쳐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그가 말했다.
" 당신의 속옷을 주셔야겠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침묵했다.

신하가 다시 말했다.
"왜 침묵하시오?
당신의 속옷을 주시오.
왕께서는 당신의 속옷이 필요하오."

그 사람이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오.
왜냐하면 내겐 아무런 속옷도 없기 때문이오.
어둡기 때문에 당신은 날 볼 수 없을 테지만 난 지금 벌거벗은 채 앉아 있소.
내겐 속옷이란 게 없소.
내 목숨이라도 줄 수는 있지만 속옷은 줄 수가 없다오."

신하가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이 행복하단 말이오?
어떻게 당신이 행복할 수가 있소?"

그 사람이 말했다.

"나는 모두를 잃었소.

속옷까지도.
모든 것을 잃었소.

모든 것을 잃어 버리자 나는 행복하게 되었소.
정말 나는 아무 것도 가진게 없소.

나는 나 자신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소.

지금 이 피리도 내가 불고 있는 게 아니라 "전체"가 나를 통해서 불고 있는 것이오.
나는 비존재.무(無)이며 ,
누구도 아니오......."


**아, 마음이 가난한 자,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자,
          아무 것도 아닌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