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입니까?"
한 아이가 물었다. 아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지 알고 싶어요.나는 누구지요? 나는 어디서 왔죠?
그리고 나는 마침내 어디로 가는 거지요?"
그 아이는 또다시 물었다.
"아, 나는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이 세상은 "어떻게" 있는 거예요?
이 세상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궁금해 죽겠어요.
저는 자꾸만 묻고 싶단 말예요.
제발 대답해 주셔요!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아이,그 이상스런 소년은 또 물었다.
"해는 왜 뜨고 지는 걸까요?  왜 모든 것들은 태어났다가는
죽어가는 걸까요?
위와 아래가 있고, 이쪽과 저쪽이 있다는 것의 의미는 뭐죠?
왜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있으며 ,
어째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나요?
우리는 왜 사는 거지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요?
아, 나는 답답하단 말예요.
그러니 제발 제게 말해 주셔요.
이 세상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제게 가르쳐 주셔요.
이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그러나 소년의 그런 안타까운 물음에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엇다.
사람들은 모두들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난 지금 아주 바빠서.................."
대개의 사람들은 못볼 것을 본 것처럼 움츠러들면서 이렇게
얼버무리고는 황급히 자기의 갈 길을 가버리곤 했다.
그들은 모두 바빴다.
그들에게는 당장 해치우지 않으면 안될 급한 일들이 있엇다.
그들은 회사에 출근해야 하거나, 물건을 사러 가야 하거나,
야유회에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들은 쉴새없이 일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들은 모두 너무너무 바빴으며,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 중 몇몇이 아이의 질문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들도 소년의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왜냐하면 소년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 질문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소년은 타는 듯한 목마름을 느꼈다.
소년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의 끝없이 솟아오르는 의문들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소년은 집을 나섰다.

소년은 온세상을 떠돌았다.
자기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  세상이 무엇이며,
내가 무엇인지를 알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으므로.
소년은 이슬을 맞으면서 시냇가에서 잠을 잤고,
뜨거운 햇볕을 등뒤에 받으며 광야를 횡단했다.
그러면서 소년은 끊임없이 물었다.
온 세계와 자연을 대상으로,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향하여.
소년은 가끔씩 나무 그늘에서 쉬곤 했다.
어느 고요한 밤,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알 수 없는 그 "누군가" 를
향하여 기도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긴 여행의 끝에 소년이 어느 채석장 근처에 이르렀을 때
장엄한 태양은 이제 막 서산 마루에 붉은 망토 자락을
드리우고 있었다.
소년이 기도를 마치고 대지를 덮어 오는 저녁 어스름을 바라보고
서 있을 때 한 노인의 목소리가 소년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네 영혼이 보이는구나. 지친 육신에도 불구하고 더욱 초롱초롱
맑게 빛나는 네 정신의 불꽃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주 온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소년은 그 미소의 그윽한 부드러움이 자신을
감싸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노인의 굼실굼실하게 무성한 수염을 바라보며
문득 그이가 자기의 스승일 것이라고 느꼈다.

"스승이시여, 제 영혼은 갈증에 타는 듯하오이다.
저의 이 갈증을 위해 말씀해 주소서."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 온후한 노인은 손에 들고 있던 망치와 정을 들어보이면서
노인답지 않게 활짝 웃었다.

"나는 한낱 석공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그 노인은 소년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저물어 가는 하루를 지그시 음미하면서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윽고 초저녁 별이 떠올라 초롱초롱 맑음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세상은 지극히 높고 더없이 맑았으며,
또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다.
조금씩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숲 쪽으로부터 너도밤나무의 냄새가 실린 바람이 채석장 위에
물보라처럼 흩어졌다.
그때 노인은 나직하게 말했다.

"아가야,  네가 나와 같은 석공이라고 하자.
그리고 너는 사자를 조각한다고 하자.
너는 맨 먼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
"아가야, 나는 사자를 만드는 석공이다.
그리고 너는 너 자신을 만드는 석공이란다.
그리고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석공이지.
너는 그것을 아느냐?"
"............................................"
"그리하여 나는 사자를 깎고 조각한단다.
매일같이, 하루 한시도 쉬는 법없이.
아가야, 그러나 진정으로 말한다면 사자는 결코 깎거나
조각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나는 사자를 해방시킨단다.
사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다만 "드러나게"할 뿐이란다."
"................."
"여기 커다란 대리석이 있다.
이 대리석은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다.
이것은 버려진 존재요, 아직은 각성되지 못한 중생이란다.
그때 수행자는 이 돌을 응시한단다.
아주 오랫동안 , 아주 겸허하게.
아주 순수하고, 아주 깊고, 아주 진실한 눈빛으로.
나 자신을 보듯이, 나 자신의 참된 본성을 보듯이.

"아가야, 잘 들어주기 바란다.
그때 이 대리석 속에 사자는 깃들어 있는 것이란다.
네가 보고자 하는 갖가지 모습의 사자가.
아, 그 사자들의 모습은 천변만화 , 살아 있는 그 모든 것들
전부인 것이지.
그 사자는 웅크린 채로, 포효하는 자세로, 도약하는 모습으로,
버티는 모양으로........그렇게 다양하게 깃들어 있단다.

아가야, 잘 들어두렴.
이 대리석 속에는 사자가 깃들어 있단다.
그걸 보아야 하는 법이란다.
겉모습을 헤치고 참된 것을,실재를, 본성을 보아야 한단다.
돌 속에서 사자를 보아라.
돌 속에서 독수리를 보아라.
돌 속에서 새와 나무와 꽃과 벌레를 보고,
돌 속에서 삼라만상 모든 것을 보아라.
네 영혼의 눈으로 보려무나.
그리하여 너는 돌뿐만이 아니라 삼라만상 속에 신을,
영원을,진실을,깨달음을,빛을,무한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가야, 참된 것은 그처럼 가려져 있느니라.
참된 것은 차디차고 단단한 돌 속에 묻혀 있느니라.
그러니 너는 그 가려진 것들을 넘어서 가장 근원적인 것을 보려무나.
마치 어린 아이가 가시덤불 숲 속에서 향기로운 한송이 풀딸기를 찾듯이.

아가야, 귀담아 들어두기 바란다.
참된 눈을 가진 자만이 그것을 보게 된단다.
이 견고한 돌 속에는 지금 해방되기를 기다리는 사자가 있구나.
풀려나기를,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위대하고 신비한 비밀이 있구나.

자, 여기에 망치와 정이 있다.
이 망치와 정은 너의 노력이며,
너의 침묵이며, 너의 꿈이니라.
이것으로써 너는 모든 것들의 의미를 해방시킬 수가 있느니라.
그리하여 너는 모든 것들에게 자유를 주고,
모든 것들에게 궁극적인 의미를 줄 수 있느니라."

그리하여 소년은 그 노인의 곁에 머물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갔다.
그것은 질문없는 3년이었다.
그동안 소년은 그냥 묵묵하게 돌을 쪼고 돌을 다듬었으며,
그리하여 이제 소년은 말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 3년이 지나 마침내 소년은 돌이 되었고 돌은 소년이 되었다.
소년은 자기 스승과도 같이 돌 속에서 사자를
해방시킬 수가 있었다.
소년은 전율하였다.
소년은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분출되는
크나큰 힘에 몸을 떨었다.
포효하는 사자가 해방되엇다.
웅크린 모습의 사자가 해방되엇다.
도약하는 모습의 사자와 버티는 자세의 사자가 차례로
해방되었다.
말과 소와 양들이 해방되었다.
독수리와 올빼미가 해방되었고, 해와 달이 갇혔던 돌 속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흘러갔다.



가끔씩 소년은 깊은 명상에 빠져들곤 했다.
이미 그의 이마에는 빛나는 예지가 가득 실려 있게 되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따사로운 햇살 같은 고요가 스며들고 있었다.

차츰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없는 어린 석공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소년에게 다가와서 그저 말없이 소년의 곁에 앚아 있곤 하였다.
소년이 하는 작업을, 그 손 놀림을, 땀을 훔치는 양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또한 그들은 소년의 미소를,
소년의 짧은 말 한마디를,
그리고 소년의 쉬는 모습을 기쁘고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
소년이 웃을 때면 그들도 같이 웃었고,
그러면서 그들은 이름지을 수 없는 평화와 순수함과 아늑함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소년은 점점 성장해 갔다.
그는 이제 인력을 갖기 시작하는 듯했다.
그는 위성이 아니라 혹성이 되어 갔던 것이다.
주위에 위성을 거느리는 혹성,
그러나 그는 아직 항성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독립하고 있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먼 항성의 중력이 그에게 미치고 있었으므로
아직도 그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위성들을 거느리면서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항성을 감싸도는 하나의 혹성과도 같았다.
때때로 소년은 항성,
즉 스승의 곁을 떠나려고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항성의 힘은 아주 큰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번번이 궤도이탈 실험에 실패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스승은 엄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염려를, 다른 한편으로는 격려를 보냈다.
그리고 소년 또한 너무 무리하지는 않았다.
그럴 때 소년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거나
가부좌로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고, 깊은 명상 속에서 어떤 이름모를
세계를 체험하였다.

다시 또 얼마간의 긴 세월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세월의 흐름 속으로 그의 스승이 사라져갔다.
마치 하나의 나뭇잎이 가을 바람에 떨어지듯이.
그리하여 그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어 뿌리로 복귀 하듯이.
스승은 그렇게 자기 자신 속으로 돌아갔다.
소년은 슬퍼하지 않았고 , 그렇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소년은 묵묵히 운명과 질서를 받아들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이제 꿋꿋한 한 인간이었다.
그는 마침내 일어섰다.

"해방되어질 것은 본래 없다."

어느 날 그는 나직하게 , 그러나 강력하게 외쳤다.
그는 곧 일어서서 그의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선언하였다.

"떠나가시오. 다들 떠나가시오.그대들 스스로 걸어가시오.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혼자 걸어가시오."
오직 독립한 걸음걸이로 나가시오.
절대의 걸음걸이로 걸어가시오.
그 아무 것도 의지하지 말고."

그는 다시 말했다.
"돌 속에는 사자가 들어 있소.
돌 속에는 삼라만상이 다 깃들어 있소.
또한 그대들 속에도 사자는 깃들어 있소.
그대들 속에는 삼라만상이, 이 세계 전부가 깃들어 있소.
그리하여 그대들의 본성은 이름붙일 수 없는 무한이요,
영원한 실체이며, 당신들은 그것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당신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나는 그걸 대신해 주지 못하오.
그것은 당신들의 본성이기에 앎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본성이기에
오직 개성적으로만 느끼고 마음으로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오.
그것은 말해 줄 수도 없고
다른 무엇으로 전달해 줄 수도 없소.
그것은 차라리 "깃들어 있는" 것도 아니오.
우리는 그것을 깨달아 "자유로워질 수"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유로워져 잇소.
그러니 다만 그것을 믿으시오.

존재를 존재인 그대로 두시오.
당신을 당신인 그대로 두시오.
다 받아들이시오.
온갖 것을 다 받아들이는 자가 마침내 그 세계에
들어갈 것이오.
사람들은 분별의 둑을 만들면서 반생을 보냅니다.
다시 사람은 그 둑을 지우면서 나머지 반생을 보내야 합니다.
이것과 저것이라는 상대성을 넘어서야 합니다.
옳고 그른 것의 이원론적 흑백의 밖에 서야 합니다.

그러나 그 둑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오직 "비울"수만 있을 뿐입니다.
아니,비울 수도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놓아 둘" 수 있을 뿐입니다.
아니 놓아 둘 수도 없습니다.
이미 놓아져 있고 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것은 비실체,
그러므로 세상에는 진실만이 있을 뿐이며,
깨달음만이 있을 뿐이며,
그리하여 세상은 그대로 진리랍니다.
그런 대긍정의 바다에 이르르시오.
그런 무애자재의 하늘에 닿으시오.
그런 긍정과 무애심으로써 노래할 때 노래하고
느낄 때 느끼시오.
환희도 아니며 고통도 아닙니다.
다만 물 긷고, 빨래하고,장작을 패고 밥을 지을 뿐!

거기에서 다시 "둑" 은 섭니다.
그리고 그 둑은 우리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세상에 질서를 주는 자유의 둑입니다.
그것은 둑 없는 둑이자, 벽 아닌 벽입니다.
그것은 있음 속의 없음이자  없음 속의 있음입니다.
당신들에게 그런 둑이 있었으면!
그리고 마침내 그 둑까지도 잊어버리는 날이 왔으면!

자, 모두들 기억하시오.
저기 고요하게 빛을 내리는 저녁 별빛을,
그리고 기억하시오.
여름 날 비오는 숲 속에서 들리는
사각 거리는 빗소리를.
그리고 다시 기억하시오.
장엄한 태양이 떠오르는 바닷가의 일출과,
온갖 것들이 조화로이 숨쉬는 갈대숲의 바람소리를.
거기에 무슨 고통이 있으며,
거기에 무슨 부자유가 있으며,
거기에 무슨 갈애(渴愛)가 있으며,
거기에 무슨 의문이 있단 말이오?
그것은 다만 "그저 그러함" , 그것은 존재의 지극한 평화를
보이는 살아 있는 숨쉬는 진리!

저들과 같아지시오.
저들과 같이 당신들의 개성을 가진 채
세계에 조화하시오.
그때 세계 속의 당신,
당신 속의 세계가 열릴 것이오.
거기에는 모든 모순과 갈등은 꽃으로 피어날 것이며,
바람으로 흐를 것이오.
새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들꽃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짐승과 온갖 벌레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빛이요 기쁨인 어린이들이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옛현자는 말하지 않았소.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저들은 길쌈을 하지 않지만 헐벗지 않는다고.
또한 그이는 말했소.
한송이 백합의 영광이 솔로몬의 그것보다 더하다고.
 자 , 이젠 다 떠나시오.
그리하여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처럼
그렇게 당당하고 지혜롭게 우뚝 서시오.
그리고 다 잊으시오.
나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소......"

깊은 고요와 침묵이 흘렀다.
깊은 고요와 침묵이 흘렀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하나씩 소년의 손과 발에
입맞추고 떠나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소년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년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토록 자신들의 가슴에
크나큰 메아리를 울려준 주인공인 소년을.
왜냐하면 소년은 그들의 가슴속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소년은 곧 그들이었고 그들이 곧 소년이었기에.
소년과 그들 사이는
"너와 나"가 아니라 "나와 나"였고,
그 사이조차도 없었으므로 딱히 새로이 소년을 찾을
필요가 없었기에.
소년의 가르침은 자기 자신의 본성에 대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본성은 그것을 가르치는 소년조차도
"밖"으로 삼는 것이었으므로.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진지한 삶의 탐구자들이 되었고,
세계와 모든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도 또 하나의 소년이 되어 갔다.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사람들_____________ 그들은 모두
각각 자기의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도 했고,
또는 대답을 듣지 못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소년은
머나먼 꿈이자 곧 지금, 여기의 현실이기도 했다.
그들은 모두 소년의 말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갔고,
다시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들이 차츰차츰 색바랬고,
모든 것들이 조금씩조금씩 잊어져 갔으며,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떠나갔다.
그래서 소년의 이야기도 옛말이 되었다.
가끔씩 소년을 기억하는 사람 이외엔.
그러나 소년이 아주 사라진 것일까?
또는 지금도 바로 이곳에 그는 있는 것일까?
지금도 끊임없이 영원과 궁극을 묻고 찾으며,
마침내 저 크나큰 평화를
성취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