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는 스스로 진리(眞理)를 깨달아야 한다.
  나는  그대에게 음식을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입에 떠넣어 줄 수는 없다.
            나에 대한 신뢰만이 바로
                그대의 스승이다.
      모든 것은 이미 그대 내면에 있으니,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대의 신뢰심이다.
  그대의 진정한 스승은 그대 안에 있다.



히말라야 산골짜기에서 여러 해 동안 살아 온 가족이 하나 있었다.
이름이"수다르산"인 아버지는 열 네살에 고향 "나이니탈"을 떠나,
몇몇 성자들과 함께 히말라야의 여러 성지(聖地)들을  걸어서
여행을 다녀왔다.
몇 군데의 성지를 순례한 뒤 성자들의 집단은
그들의 집결 장소인 "하리드와르"의 성스런 도시로 돌아왔다.
거기서 그들은 제각기 흩어져 자기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수다르산은 아직 어떤 교파에도 입문하지 않았으므로
특별히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는 사실 성자들이나 각 교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여러 장소를 순례하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집을 떠난 것은 단지 학교에 다니기 싫은 이유 때문이다.

여러 날 동안 수다르산은 하리드와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다행히도 친절하고 산스크리트 학문에 능통한 어떤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수다르산이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고,
또 좋은 학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노인은 수다르산에게 함께 살자고 하면서,
자기가 먹여 주면서 산스크리트어도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수다르산은 떠돌아다니는 것에 몹시 지친 상태라서
어딘가 편안히 살 곳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는 노인의 제안을 당장에 수락했다.

수다르산은 8년 동안을 노인과 함께 살면서 산스크리트어를 익혔으며,
모든 경전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차츰 하리드와르 주변의 학자들은 경전의 의미를 해석하는
수다르산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수다르산은 행복했고,  자신의 부모와 출생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잊었다.

어느날 노인이 말했다.
"수다르산,들어라.
이제 너에게는 두 개의 길이 놓여 있다.
구도자가 되어 신과 진리만을 추구하는 방법과,
아니면 한 여성과 결혼하여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
신(神)에 대한 추구를 계속하는 방법이다."

수다르산은 매우 영리했다.
그는 욕망과 싸워야 하는 구도자(求道者)의 생활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아서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스승님,
저는 당신에게서 모든 경전을 배우면서,
억지로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깊이 이해했습니다.
반면에 결혼 생활은 집착과 욕망으로 가득차 있어서
쾌락과 고통의 연속이며,
그 생활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추구하고 성찰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한 여성과 결혼하여 그 여성과 제 자신 속에서
신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또 육체의 쾌락과 진정한 사랑을 구분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그 생활이 진리를 깨닫는 지름길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대답을 듣고서 노인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수다르산,
너는 인생의 참모습을 이해했다.
이제 너에게 내 딸을 아내로 주겠노라.
내 딸 역시 총명하고 천성적으로 신앙심이 깊다.
결혼식은 내가 치러줄테니 너는 살 집을 구해라."

수다르산은 그렇게 해서 스승의 딸과 결혼했다.
그녀의 이름은'쑤난다' 였다.
그녀는 매우 아름답고,
이제 열 아홉 살밖에 안된 처녀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내의 할 일이 어떤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결혼식을 치룬 뒤,
수다르산과 쑤난다는 하리드와르를 떠나 북쪽으로 올라가
파우리 산에 정착했다.
몇 년이 지났으며, 쑤난다는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들은 아이의 이름을 '스리 차란' 이라고 정했다.

수다르산은 시와 소설, 그리고 경전(經典)에 관한 책들을
써서 돈을 벌어, 넉넉히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갔다.
스리 차란은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그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영문 모를 병에 걸려 갑자기 죽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의 죽음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나 결국은 죽기 마련이며,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전처럼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한번은,
태양이 막 지려고 하는 시간에,
스리 차란이 매우 슬픈 표정을 짓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쑤난다는 아들이 아버지가 그리워서 그러는 줄로 생각하고
무릎에 앉혀 어루만져 주었다.
스리 차란은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엄마,  저 태양은 어디로 가고 있어 ?"
쑤난다가 말했다.
"태양은 저녁이면 언제나 사라졌다가 아침이면 다시 나타난단다."
스리 차란이 다시 물었다.
"엄마, 저 하늘은 왜 상자처럼 우리를 덮고 있지 ?
난 숨이 막힐 것 같아.
내가 드넓은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엄마가 저 하늘을
걷어 줄 수 없어 ? "
쑤난다가 말했다.
"아들아, 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나는 하늘을 걷어 버릴 수가 없단다.
넌 지금 배가 고픈 것이구나.
어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거라. "

이튿날 아침 스리 차란은 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한 뒤,
마루를 닦고 있는 어머니에게로 다가가서 물었다.
"엄마.............정말로 하늘을 걷어 줄 수가 없어 ? "
쑤난다가 말했다.
"그렇단다.
내가 어떻게 하늘을 걷어 버릴 수가 있겠니 ?
이제 그 애기는 그만 잊어라.
왜 자꾸 그런 엉뚱한 질문을 하니 ? "
스리 차란이 말했다.
"엄마, 저는 나가겠어요."

그 말에 그의 어머니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근처에 가서 놀고 오겠다는 뜻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30분 쯤 지난 뒤에 그녀가 스리 차란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큰 길을 뛰어가니 골짜기 저편에서 스리 차란이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쳐 불렀다.

"스리 차란 ! 스리 차란 ! 어딜 가는 거니 ? "
스리 차란이 소리쳤다.
"엄마,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하늘 밖으로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쑤난다가 소리쳤다.
"아들아,
너의 아버지가 죽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너마저 떠나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 "
스리 차란이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여기서 살다가는 난 숨막혀 죽을 거예요.
이건 거짓이 아니에요.
난 이 상자 속에서는 살 수가 없어요.
이 상자 밖으로 빠져 나가야만 해요."

쑤난다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녀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으며,
스리 차란은 서둘러 달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말했다.

"아들아,
네가 정 떠나고 싶다면 나도 막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은  내 곁에서
너무 멀리 가지는 말아라."

스리 차란이 말했다.
"그럴께요, 엄마.
아주 멀리 떠나지는 않겠어요."


그는 걷고 또 걸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해가 떨어질 무렵,
그는 물레방앗간을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노인 하나가 밀을 빻고 있었다.
노인은 날이 어두워져 가고 있는데  어린 소년이 혼자서
나타난 것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넌 어디로 가는 길이냐 ?"
스리 차란은 대답할 길이 없었다.
그는 너무나 지쳤기 때문에 하늘이 상자처럼 뒤덮고 있어서
숨이 막힌다는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노인이 물었다.

"배고프냐 ?"
소년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노인은 빵 두 개와
물 한 컵을 주면서 말했다.
"오늘 밤 여기서 묵으려면 저쪽 구석에서 자거라.
거기에 자루가 하나 있으니 덮고 자면 될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노인은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떠나버렸다.
다음 날 아침,
스리 차란이 눈을 떳을 때는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하지만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이
되었다.
아침에 둥지에서 나오는 새처럼 그는 물방앗간 밖으로 나왔다.
태양이 눈 부셨다.
그는 얼굴을 씻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마치 새장에서 풀려난 새처럼.
그는 다시 여행을 계속했다.

이제 그는 드넓은 평원에 도달했다.
사방이 막히지 않아서 ,
걸어가면서 멀라까지 볼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이따금 마을 사람들을 만나 빵과 과일을 얻어 먹었다.
또다시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캄캄해지기 전에 어서 잠잘 장소를 찾아야 하겠다고
스리 차란은 생각했다.
하지만 사방에는 집은 커녕 헛간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약간 겁이 났다.
그런데 마치 바위들이 서로 얽혀 작은 동굴을 만들고 있는
장소를 발견하고는 ,
안으로 들어가 앉아 등을 바위에 기대고 다리를 뻗었다.
그리고는 금방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남자 두 사람이 동굴 밖에 서 있었다.
그들이 물었다.

"너는 왜 여기서 잠을 자고 있느냐 ?
이곳이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걸  모르느냐 ?
넌 집에서 도망친 거냐, 아니면 도둑이냐 ? "

스리 차란이 말했다.
"나는 어딜 가고 있는 중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있어요.
나는 도둑이 아니에요. "

두 남자 모두 어린 소년에게  깊은 동정심을 느꼈다.
"우리 마을에서 살고 싶으면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가 너를 먹고 살게 해 주겠다.
너는 그저 마을의 소들이 풀 뜯는 것을 지켜 주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싫으면 여기서 남쪽으로 십리만 가면 밀림으로 통하는
오솔길이 나온다.
밀림 속으로 들어가면 오두막집 몇 채가 보일 것이다.
네 또래의 소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은 한 스승 밑에서 요가 수행을 하는 자들이다."

어떤 일이 좋고 나쁜지 가릴 필요도 없이 스리 차란은 대답했다.

"밀림 속으로 가서 소년들과 함께 살겠어요."

남자 하나가 말했다.
"너는 성품이 연약한 아이 같은데,
거기까지 가는 길은 험하고 도중에 뱀이나 맹수들이 많단다.
그러니 조심해서 걷고,
해지기 전까지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

그들은 감자와 빵을 주었다.
스리 차란은 그것을 받아 먹고 나서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이제는 걷는 것에 익숙해져서
오후쯤엔 쉽게 밀림 속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소년들의 눈에 띌 때까지 오두막집 앞에 서 있었다.
한 소년이 그를 보고는 즉시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들과는 판이하게 생긴 새로운 아이가 왔다는 것을 알렸다.
모든 소년들이 그를 애워싸고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잠시 후 스승이 나오더니 그에게 이름과,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내 이름은 스리 차란입니다.
여행 도중에 만난 두 남자가 이곳을 가르쳐 주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스승이 말했다.
"여기서 살려면 모든 규율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며칠간 생각할 여유를 주겠다.
그동안은 이곳에서 쉬어라.
결심이 서면 나에게 말해 다오."

그곳에서는 모든 소년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씻은 다음
요가 수련을 하곤 했다.
그리고 나서 30분 휴식한 다음,
기도문을 외고 스승에게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제각기 임무가 있었다.
밥을 하거나, 마을에서 음식을 구해 오거나,
젖소에게 풀을 먹이거나, 과일을 따오고, 불을 땔 장작이나
마른 풀을 구하는 일 등이었다.

스리 차란은 이 생활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자유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모든 규율을 따르기로 동의하고,
스승에게서 붉은 승복과 어깨에 두르는 노란색 윗옷을
받아 입었다.

스승이 말했다.
"스리 차란,
이제 너는 브라마차리아(금욕과 성생활의 절제를 추구하는 교파) 교단에
초심자로 입문 하였다.
지금까지 이곳의 모든 규칙을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이제부터 여기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스리 차란은 하타 요가(육체 또는 생리 조절을 중요시 하는 요가)에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사나 (assna. 요가의 자세)를 행함에 있어서도,
그는 모든 아사나를 할 수 있었으며,
어떤 부분은 스승보다 더 완벽하게 해냈다.
아쉬람(ashram. 명상처) 에서의 모든 임무를 마침 다음
그는 강으로 가서 몇 가지 정화(淨化)수행을 하곤 했다.
아무도 그에게 수행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으며,
그 자신도 그것들의 효과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강물 속에서의 정화수행법이 끝나면
그는 나무 아래 앉아 깊은 명상에 잠기곤 했다.
소년들 주의 누구도,
심지어 스승조차도 스리 차란의 명상법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는 정화 수행을 하면서 물을 여러 모금 마신 다음
모두 토해내었다.
그리고 다시 물을 몇 모금 삼켜 다양한 방법으로 위를 헹궜다.
몇 가지 아사나를 행하면서 물이 내장 속을
씻어내게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물 속으로 깊이 들어가
물이 위와 장을 거쳐 항문으로 나오게 했다.

한 성자가 강 건너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스리 차란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았다.
스리 차란이 명상을 마치는 즉시 성자는 강물을
건너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성자가 물었다.
"누가 너에게 이 모든 수행법을 가르쳐 주었느냐 ?"
스리 차란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어떤 수행법 말입니까?"
성자가 말했다.
"물 속에서 하는 정화 수행과 명상 말이다."
스리 차란이 말했다.
"나에게 그 방법들을 말해 주거나 가르쳐 준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이 모든 방법을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의 진정한 목적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수행들을 하고 나면
내면이 아주 순수해지고 깨끗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명상을 하며 앉아 있으면 육체를 완전히 잊고,
오직 이마 한가운데의 찬란한 빛만이 보입니다."

그는 머리를 들고 성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성자가 말했다.
"나의 아들이여,
너는 요가에 천부적인 재주를 타고났다.
너는 전생에 요가 수행자였으며,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이생에서도 요가 수행을 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는 없다.
모두가 스스로 배울 뿐이다.
네가 행한 모든 수행법은 완벽에 가깝다."

스리 차란은 성자의 발 아래 엎드려 깊은 애정과 헌신의 마음으로
흐느껴 울면서 말했다.
"스승님,
간절히 원하오니 당신과 함께 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성자가 말했다.
"나의 아들아 , 나는 이미 너를 받아들였다.
내가 너에게 몇 가지 수행법을 가르쳐 주겠다.
하지만 너는 혼자 살면서 스스로 수행해야 한다.
나와함께 살면 너는 나에게 의존하게 될 것이고,
너의 수행은 진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의 수행에 변화가 필요할 때면 내가 너를 만나러 올 것이다.
큰 나무 밑에서는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
그러니 혼자서 수행을 하며,
어디든지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라."

말을 마치자 성자는 강을 건너 사라져 버렸다.
그날은 스리 차란이 밥을 할 차례였는데
성자와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이 늦고 말았다.
그는 다른 소년들과 스승이 화를 낼까 봐 겁이 났다.
아쉬람으로 달려와 보니 소년들은 이미 밥을 해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아무도 스리 차란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왜 늦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도 묻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소년들은 스리 차란이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스승에게 불평을 했다.
그들은 그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승은 스리 차란을 아끼기는 했지만,
자기보다 아사나를 더 잘 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식사를 마친 뒤 스승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과 입도
씻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스리 차란,
나는 네가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디든지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스리 차란은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스승과 친구들에게 절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

아쉬람을 떠난 뒤 스리 차란은 몇몇 성자들을 만났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은 경지가 깊었고 ,
어떤 사람은 사기꾼이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그들과 떨어져 살면서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성자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밀림 속을 거닐다가 그는 강에서 약 60미터쯤 떨어진
산 중턱에서 작은 오두막집 하나를 발견했다.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낀 늙은
성자가 앉아 있었다.
스리 차란이 몇 마디 질문을 하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그 성자는 귀머거리이거나 말이 잘 안 들리거나,
아니면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신에 성자는 몇 가지 마술을 보여 주었다.
이를테면 성냥이 없이 단순히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붙인다든지,
조약돌을 꽃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것 들이었다.

그는 스리 차란에게,
그의 오두막집에서 북쪽으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나무 밑을 파면 커다란 보석이 나올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호기심에 스리 차란은 그 나무 밑으로 가서 흙을 파 보았더니
진짜로 광채가 나는 찬란한 보석이 나왔다.
그는 그 보석을 들고 오두막집으로 되돌아가,
어떻게 땅 속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아느냐고
성자에게 겸손히 물었다.

성자가 말했다.
"이 모든 능력은 신께서 주신 것이다.
나는 미래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스리 차란은 이 성자에게 깊은 감명을 받고서
근처의 오두막집에서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루는 성자가 말했다.
"스리 차란,
사람들에게 가서 나의 이야기를 해라.
내가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으며,
닥쳐 오는 미래의 위험을 예언할 수 있다고 말해라."

스리 차란은 마을로 음식을 얻으러 가서 사람들한테
그 성자의 기적적인 능력에 대하여 말했다.
점차로 마을 사람들이 성자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성자의 기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번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자가 말했다.
"이 깔리 유가(kali Yuga 우주 창조의 주기는 '유가'라고 하는 네 가지의
긴 시간대로 나누어진다.
깔리 유가는 그 네 시기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금 시대가 바로 깔리 유가에 속한다) 에서는 황금을 지니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죄이다.
따라서 내가 성스러운 불을 피울 테니,
모두들 그곳에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황금을 던져라.
그래야 죄가 소멸된다."

수백 명의 남녀들이 돌아가면서 금으로 된 장신구들을 불 속에 던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죄가 불에 타버리고,
신이 그들에게 평화를 주리라고 믿었다.

며칠 지난 뒤,
스리 차란은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놈은 사기꾼이었어 ! 사기꾼이었어 !
그놈이 우리의 황금을 가지고 도망쳐 버렸어 !
그 사기꾼과 함께 있던 녀석은 어디 있지 ?
그 녀석을 때려주자 !"

스리 차란이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나와 보니 성스러운 불은 꺼져 있고,
타고 남은 재까지 싹 쓸어간 흔적이 보였다.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성자는 간 곳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청년 몇 사람이 달려들어 그를 때렸다.
스리 차란도 한창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이런 무례한 행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한 청년을 집어 던지자 다른 서너 명도 한꺼번에 넘어졌다.
모두가 잔뜩 화가 나서 스리 차란을 때리려고 덤벼 들었다.
스리 차란도 분노에 가득차 마치 독이 오른 코브라 뱀처럼
그들 앞에 버티고 섰다.

그때 한 노인이 말했다.
"여러분들, 모두 들으시오 !
만일 이 청년이 그 사기꾼과 한패였다면 그도 함께 도망쳤을 것이오.
여기 남아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을 리가 없소."

그러자 스리 차란이 말했다.
"나는 정말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성자는 어디로 갔습니까 ?
성스러운 불은 누가 꺼뜨렸습니까 ?
이 모든 게 어찌된 일입니까 ?"

노인이 말했다.
"그 사람은 성자가 아니었다.
그는 사기꾼이었다.
우리 모두를 속였다.
우리가 불 속에 던진 황금을 몽땅 챙겨 가지고 달아났다.
너는 죄가 없다는 것을 이제 우리도 이해했다.
하지만 앞으로는그런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마라."

생전 처음으로 스리 차란은 사람이 남을 속인 일을 경험했다.
하지만 신에 대한 그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여러분들께 말하건대,
나는 내가 원할 때까지 이 장소에서 살겠습니다.
나는 여러분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또 여러분들 중의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께서 나에게 먹을 것을 주실 것입니다.
나는 신을 믿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고는
마을로 되돌아갔다.
바로 그날 밤,
스리 차란이 자신의 오두막집에 앉아 있는데,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옛날의 그 성자가 나타나 앞에 앉았다.
스리 차란은 깊은 애정을 품고 그에게 절을 하다가,
문득 또다시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성자는 당장에 그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지 나에게 말하라.
너의 마음이 편치 않구나."

스리 차란은 자신이 겪은 모든 일,
너무나 화가 나서 마을 사람들을 심하게 밀쳐댄 일까지
전부 이야기했다.

성자가 말했다.
"스리 차란,
너는 요가 수행자이다.
너는 분노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너에게 분노를 다스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일러 주겠다.

첫째,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마라.

둘째,
어느 누구에게도 너를 만나러 오라고 초청하지 마라.

셋째,
아무에게도 돌아가라고 말하지 마라.

넷째,
사람들이 질문을 할 때에만 대답하라.

그렇지 않을 때는 평화롭게 앉아 있어라.

이것이 너의 다음 번 사드하나(정신 수련) 이다.
내 도움이 필요할 때 다시 너를 찾아오겠노라."

스리 차란의 진정한 스승이었던 그 늙은 성자는
오두막집을 나가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또다시 스리 차란을 만나러 오기 시작했다.
그는 늘 침묵을 지켰다.
사람들이 무엇을 질문할 때만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서 대답했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담요 한 장, 위아래가 붙은 긴 옷 하나,
그리고 누군가 갖다 주면 우유 한 잔을 마셨다.
그밖의 곡식이나 과일 등은 일절 먹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스리 차란에게 대단한 애착을 느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그에게 우유를 가져다 주었다.
그들은 스리 차란을 먹여살리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스리 차란은 날이 갈수록 점점 모든 것에 대한
집착심이 사라져갔다.

마을에는 스무 살도 채 안 된 외아들을 잃은 노임이 하나 있었다.
아들의 죽음에 큰 고통을 느끼면서 노인은 매일처럼
스리 차란에게 우유를 날라다 주었다.
추운 곳에 혼자 앉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는 스리 차란을 볼 때마다
노인의 마음은 몹시 아팠다.
노인은 그를 자식처럼 사랑하면서 정성을 다해 그를 보살폈다.

스리 차란은 어느 덧 수염이 많이 자라고,
머리칼은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모두가 그를 성자로 떠받들었다...............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단순한 청년으로 보이지 아니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는 밤에는 명상을 하고
낮에는 잠을 잤다.
신에 대한 그의 신뢰와 헌신은 나날이 깊어져 갔으며,
어느 누가 찾아와도 그는 아무런 분노도,질투도, 미움도
느끼지 않았다.
주민들이 그에게 큰  집을 지어 주어서,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둘러앉아 영적인 노래들을 부르기도 했다.

어느 날 밤,
그의 스승이 다시 나타났다.
스리 차란은 그에게 절을 하면서 말했다.

"스승님,
세상에는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만 내 가슴은 기쁨으로 넘칩니다.
어찌하여 저를 당신과 함께 살도록 해주지 않으십니까 ?"

성자가 말했다.
"스리 차란 ,
너는 스스로 진리(眞理)를 깨달아야만 한다.
나는 너에게 음식을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먹여 줄 수는 없다.
나에 대한 너의 신뢰가 바로 너의 스승이다."
말을 마치고 나서 성자는 스리 차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스리 차란은 척추뼈 밑에서 정수리까지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천지사방에서 빛나는 찬란한 빛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천지사방에 울려 퍼지는 옴(om 절대의 소리. 창조적이고 활동적인
힘의 상징인'아(A)', 순수하고 균형을 이룬 힘인 '우(U)',
반발적이고 저항하는 힘인'음(M)'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동음
뿐이었다.

몇 시간 동안 그는 그 상태로 앉아 있었다.
의식을 되찾자 그는 그러한  체험을 느끼게 해 준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발 아래 엎드렸다.

성자가 말했다.
"스리 차란,
그것은 이미 네 속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너의 신뢰심이다."

이틑날 아침,
스리 차란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밖에 나와 앉아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아들을 잃은 그 노인이 평소처럼 우유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는 스리 차란이 차가운 땅바닥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스리 차란은 스승에게서 받았던 것과 똑같은 기운,
똑같은 빛, 똑같은 소리를 체험했다.
그는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는 우유를 가지고 온 노인이 자기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노인이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
나는 그저 당신의 머리에 손을 얹었을 뿐인데
당신이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스리 차란이 말했다.
"그것이 노인의 손이었습니까 ?"

이제 그는 자신의 신뢰감이 자신에게
축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기자신에게 말했다.

"나의 진정한 스승은 내 안에 있다."

그 다음부터 그는 스승과 함께 살겠다는 욕망을
다시는 갖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