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惡은 時이다.
                                    시는 선악이 아니다.
                                    선악은 法이다.
                                    법은 선악이 아니다.


옛날 ,  어느 곳에 한 독신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평생소원이 한 번만이라도
행복해져보고 싶은 것이었다.
매일 신에게 행복의 조각 하나라도 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는데
그 보람이 있었던지 어느 날 밤,
그의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누굴까하고 열어 보았더니 밖에 서있는 것은 길상(吉祥) 이라는
행복의 여신(女神)이었다.
그 사내는 기뻐 펄쩍 뛰면서 집안으로 맞아들이려했다.
그러자 여신은 "잠깐 기다려요. 나에게는 누이동생이 하나 있는데 언제나
함께여행을 하고 있답니다" 하고 뒤에 서 있는 누이동생을 소개했다.
사내는 그 누이동생을 보고 놀랐다.
언니는 아름다운데 동생은 아주 추한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동생이 틀림없습니까 ? " 하고 의심을 하자
"네, 내 동생인데 이름은 불행의 여신 흑이(黑耳)랍니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내는 " 당신만 들어오고 동생은 돌아갈 수 없을까요 ?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건 안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함꼐 있어야 한답니다.
혼자 돌아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라고 했다.
사내는 곤란했다.
행복의 여신이 말했다.
"곤란하시다면 우리 둘 다 돌아갈까요 ? "
사내는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랐다.

이 이야기는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 실려 있다.
행복의 여신과 불행의 여신이 이신동체(異身同體)인 것을
설한 일절(一節)이다.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상무사(世上無事)라고 하듯이 그런 한가한 풍광( 風光)이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세상은 반드시 그렇게 무사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남의 선망을 받고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해도
언젠가 한 번은 그 생활의 틈바구니로 불행이라는 이름의 바람이
스며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불행에 떨어졌다해도 그 고경(苦境)에서 헤메지 말고
내일의 희망을 갖고 다시 부상(浮上)할 날을 위해 각오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 " 고 영국의 시인 셸리는  자기의
"서풍(西風)에 부치는 노래"에서 노래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엄동설한만이 계속될 리가 없다.
옛 부터 "젊었을 때의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고 했듯이
고생한 사람일수록 성장한 다음 낙(樂)이 불어나는 것이다.
지난 날의 고생과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인데
이렇게 볼 때 고생해보지 않은 사람은 불행한 사람 이라할 것이다.
괴로와하지 않고 안락해지려 하거나 즐기려 하는 것은
근본적인 잘못이어서
"간난신고(艱難辛苦),  그대를 옥(玉)으로 하리라"하는 말이 있듯이
우리 다 지금 괴로와해보지 않으려는가.
참으로 괴로와해본 연후에야 참으로 산 기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문장에서 있듯이 행복함을 느끼는 선악의 마음은 자기 자신 이외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불행의 질곡(桎梏)에 얽매어 있기보다
그것들을 좌우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는 편이 얼마나 좋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