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싫든 좋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강호시대(江戶時代)의 일체선사(一體禪師)도
"태어나면 죽는 것이다. 석가도 달마(達磨)도  그리고 고양이도 강아지도........."
하고 노래하고 있듯이 아무리 고명한 사람에게도
또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도 죽음은 평등하게 꼭 한번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은 자기가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망각하고 있다 해도 죽음 그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언제까지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이런 범인(凡人)의 예상을 뒤엎고 갑자기
죽음과 부딪힐 때 그는 당황하고 울부짖고 어쩔줄을 모르는 것이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받은 그 제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승이신 석가모니께서 82세의 고령에 으르셨을 때의 일이었다.
베사리의 마을로 탁발(托鉢=구걸)을 가셨다가
돌아오시면서 석가모니께서는 언덕에 오르셨다.
그리고 곁에 있는 제자 아난다에게
"이 베사리를 바라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 지 모르겠다."
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난다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바마을에 이르러 망고나무 우거진 임원(林園)으로
들어왔을 때 거기서 륜다라는 단야공(鍛冶工)의 공양(供養)을 받고
이것이 체하여 석가모니께서는 병을 얻게 되었다.
병든 몸을 이끌고 제자들과 함께 겨우 구시나라 마을로 오신
석가모니께서는
"아난다야, 나는 지쳤다. 눕고 싶다.
저 사라쌍수(雙樹) 밑에 자리를 마련해다오." 하고 말씀하시고
거기에 머리를 북쪽으로 향해 누으셨다.

아난다는 비로소 스승의 죽음이 임박한 것을 알고 다른 곳으로 가서
"아 ! 나는 아직도 스승께 배울 것이 많은데 나를 남겨두고 혼자 돌아가시려는가 ! "
하고 슬피 울었다.
석가모니께서는 아난다가 곁에 없는 것을 아시고 눈이 부은 안난다를
병상 가까이 불러다 앉히신 다음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슬퍼하지 마라.
울지도 마라.
내가 늘 말하지 않았느냐.
모든 사랑하는 자와는 한번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또 태어난 것은 무엇이나 다 멸(滅)한다는 것을 나는 가르쳐 왔다.
아난다야 , 너는 오랫동안 나를 잘 시중들어 주었다.
대단히 고맙다.
이 후로도 더욱 정진(精進)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루어라.
아난다야 , 혹시 너희들 중에 이렇게 생각하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스승은 이제 말씀을 끝내셨다.
우리의 스승은 이제 계시지 않는다" 고 .
그러나 아난다야 ,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나의 육신은 지금 여기서 멸할지라도 나의 교법(敎法)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육신을 보는 자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교법을 보는 자라야 나를 보는 것이 된다.
내가 없는 후로는 내가 설(說)해 남긴 교법과 계율이 너희들의
스승이니라.
이것을 잘 알고 지켜 너희들의 스승으로 삼아라 ."

제자들의 엄숙한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석가모니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다시 말하거니와 이 세상의 일은 모두 무상(無常)하다.
방일(放逸)에 흐르지 말고 정진하여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설법이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그러나 이미 제자들 가운데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는 자가
있었을 것이고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심히 불며 산천초목이 흔들렸다."고 했듯이
천지가 모두 슬픔에 잠겼을 것이다.

이제껏 함께 기거하고 서로 도와주며 살아온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을 한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우리만큼 괴로운 일임에
틀림 없다.
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하루만이라도 더 살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무상한 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비정하리만큼 매섭게
배반하고 만다.
석가모니께서는 생전에 제자들에게

"내가 남긴 교법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내 곁에 있어도
나를 만나지 못한 자이며
나로부터 멀리 떠나간 자니라.
또 나의 교법을 실천하는 자는 나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와 가까이 더불어 있는 자이다."
라고 하셨다는 것이 반니항경(般泥恒慶)에 적혀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 있건 없건 서로 마음이 통하면
그 사람이 언제까지나 자기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것이라 하겠다.